NFL 홈페이지 캡처
NFL 홈페이지 캡처
‘슈퍼볼’.

당신이 이 세 글자를 읽는 동안 2억원이 스쳐 지나간다.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료 이야기다.

올해 슈퍼볼 광고료는 1초당 2억원 꼴이다. 30초 기준 최대 550만달러(약 63억원)다. 미국 프로야구(MLB) 결승전인 월드시리즈, 미국 프로농구(NBA) 결승전인 NBA 파이널 광고료의 5배다.

비싸지만 ‘완판’ 행진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는 뜨겁다. 슈퍼볼이 끝난 직후부터 다음해 슈퍼볼 광고가 예약되기 시작할 정도다. 이번 슈퍼볼 중계를 맡은 폭스방송의 광고수입은 2억4750만달러(약 28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중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꾸준히 슈퍼볼 광고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도 90초짜리 다큐멘터리 광고에 172억원을 썼다. 기아차의 60초짜리 니로 광고는 130억원이다. 구글, 인텔, AB인베브, P&G 등 30여곳의 외국 기업들도 광고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들은 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를 하기 위해 열을 올릴까.
현대차의 슈퍼볼 광고 티저
현대차의 슈퍼볼 광고 티저
◆ 이유 있는 광고료

현지 언론들은 미국 인구의 절반인 1억2000만명이 슈퍼볼 중계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되는데 광고를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한 번의 광고로 지속적인 이슈를 생산한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다. 유튜브 등 인터넷에 공개한 티저(예고 광고)는 ‘슈퍼볼에 들어갈 광고’라는 타이틀만으로 화제가 된다. 슈퍼볼이 끝난 뒤엔 언론과 학계에서 발표하는 ‘광고 랭킹’이 또 한 번 광고효과를 만들어낸다.

시기적으로는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이어진다. LG전자는 지난해 CES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론칭한 뒤 유명 배우 리암 니슨을 출연시킨 슈퍼볼 광고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했다.

현대차 역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뒤 슈퍼볼 광고를 진행했다. 이 광고는 USA투데이 광고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타임은 슈퍼볼 광고가 브랜드 선호도를 올린다며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걸어볼 만한 도박’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포브스 캡처
포브스 캡처
◆ “올림픽·월드컵보다 매력적”

포브스의 평가는 더 후하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이벤트의 브랜드 가치 순위 1위는 슈퍼볼(7204억원)이었다. 하계올림픽(4185억원)과 월드컵 축구(2618억원)를 10년째 앞섰다.

다른 스포츠 경기와 비교하면 슈퍼볼은 더욱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이다. 한 달 가까이 대회가 치러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단판승부인데다 한 곳의 방송사에서만 중계된다. 시청자의 광고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슈퍼볼 광고는 미국 시장만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전세계에 같은 광고를 집행하다 보니 국가별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광고가 만들어지곤 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부터 앞으로 3차례의 올림픽이 모두 아시아에서 열려 슈퍼볼 광고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시차 때문에 북미·유럽 소비자들에겐 큰 광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파트너(TOP)에 새로 합류한 기업은 도요타, 브릿지스톤, 알리바바 등 모두 아시아 기업이었다”라며 “북미·유럽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시아 광고시장에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단일경기에서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슈퍼볼은 이들 기업에게 매력적인 스포츠 마케팅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슈퍼볼 광고의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