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는 설 연휴에도 가족과 떨어져 태국에서 혼자 전지훈련을 한다. 올해는 스윙이나 퍼팅보다 루틴을 가다듬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신지애가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지애는 설 연휴에도 가족과 떨어져 태국에서 혼자 전지훈련을 한다. 올해는 스윙이나 퍼팅보다 루틴을 가다듬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신지애가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마지막 라운드에 유독 강해 ‘파이널 퀸’으로 불린다. ‘초크라인’이라며 부러워하는 미국인 친구들도 있다. 분필로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샷이 똑바로 날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성격이 털털한 그를 ‘아재’로 부르는 이도 많다. 이번에 또 하나의 별명이 붙게 생겼다. 볼수록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팔색조’, 프로골퍼 신지애(29)다. 그는 지난 22일 MBC 가요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 출연해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고, 전문가 수준의 비트박스를 선보였다. 가면을 벗은 그가 신지애였음을 확인한 관객과 시청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날 그는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

“너무 예뻐져서 몰라볼 뻔했다는 분도 있었고, 비트박스 개인기에 깜짝 놀랐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진짜 하루 종일 전화받느라 연습도 못 할 정도였어요.”

그는 2010년에 자선 음반을 낸 적이 있을 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다. “목사였던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음악과 악기 다루는 걸 좋아한다”는 게 신지애의 설명이다. 관심사는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대소설, 르네상스 미술, 퓨전 요리, 역도나 당구 같은 다른 스포츠 등 끝이 없다. 역도 여제 장미란, 당구 여신 김가영과는 자매처럼 친한 사이다.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데, 볼 때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까지 눈여겨보는 습관도 요즘말로 ‘덕후’스러운 면모다. 신지애는 “한 가지에 꽂히면 무조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일정한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몰입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자신을 평했다. 리듬을 타며 중간중간 멜로디까지 넣는 그의 ‘콩쥐팥쥐’ 비트박스는 지난해 전문가를 찾아가 한 달여를 배워 완성한 필살기다. 자신을 가두는 틀을 깨고 싶어 TV 출연 요청에 응했다는 그는 “리허설 때는 잘 불렀는데 녹화 때는 너무 떨려서 잘 안 됐다”며 “노래보다 골프가 훨씬 쉬운 것 같다”고 했다.

신지애 "예능도 잘하는 '팔색조'?…그래도 골프만큼 설레는 건 없어요"
어린 시절 한때 군인을 꿈꾸기도 한 그는 열두 살 때 골프에 입문한 뒤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통산 47승을 수확했다. 고(故) 구옥희 프로의 44승, 최상호 프로의 남자 최다승(43승)을 모두 넘어선 한국 골프 사상 최다승 기록이다. 한국인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아시아인 최초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 굵직한 타이틀도 많다. 2007년 그가 세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한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골프가 심심해질 만한 때가 된 건 아닐까.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아직 골프만큼 저를 설레게 하는 건 없어요. 다양한 곳에 호기심을 보이는 건 골프를 더 오래 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자극을 받고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어요.”

나이 마흔에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47·스웨덴)처럼 부상 없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골퍼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러려면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4년 미국 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갑작스럽게 일본 투어에 도전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골프는 마치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캔버스 같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왕이다. 2014년부터 세운 목표이니 올해가 4수인 셈이다. 첫해 4위, 이듬해 3위, 지난해 2위를 했으니 남은 건 1위 하나뿐이다. 달성할 경우 세계 골프사에 없는 한·미·일 3국 상금왕이란 타이틀이 하나 더 붙는다. 물론 이보미 김하늘 같은 강자들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모두 1988년생 친구들이다.

“(박)인비나 보미, 하늘이는 매년 연말에 같이 만나는 절친들이에요.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니까 정말 좋은 친구인 거죠.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골프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그는 당시 중상을 입은 어린 두 동생을 간호하느라 병실 한쪽에서 1년여 쪽잠을 잤을 만큼 가족을 살피는 마음이 남다르다. 여동생은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고, 남동생은 올해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 자신의 역할이 컸음에도 신지애는 가족에게 아직 해줄 게 남았다고 했다.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돌려드리려면 아직 멀었어요. 가족도 그렇고 팬들이나 사회, 국가도 그렇고요. 결혼은 그 다음에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신지애의 원포인트 레슨

퍼팅 때 눈동자 고정 "퍼터로 공을 치우고 밑에 있는 것 확인하듯"


신지애는 지난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평균 퍼팅 수 2위의 퍼팅 강자다. 공에 선을 긋지 않고 그린 경사와 굴곡을 발바닥으로 느낀 뒤 퍼팅하는 ‘본능퍼팅’에 능하다. 비결은 엄격함이다.

“보통 헤드업하지 말라고 하는데 실은 눈동자를 움직이지 말아야 머리가 안 움직여요. 전 정말 눈동자를 고정하고서 스트로크 하거든요. 해보면 확실히 달라집니다.”

눈동자가 공을 따라가면 머리가 흔들리고 헤드업이 되며 퍼터 페이스도 틀어진다는 얘기다. 눈동자를 통제하는 요령이 있다. 퍼팅하기 전 공 밑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궁금증을 갖는 것이다. 그는 “퍼터로 공을 치우고 밑에 있는 것을 확인한다는 이미지로 퍼팅 스트로크를 해보는 것도 눈동자를 고정하는 훈련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캐디에게 공을 놔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것도 작지만 중요한 일이다. 신지애는 “아마추어는 보기플레이어 이상의 실력을 지닌 분도 캐디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실력을 퇴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