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평창, 8개월 간 묵힌 '저장 눈' 직접 만져보니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혼란 속에서도 동계올림픽이 치러질 평창에서는 준비가 한창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개최를 420여일 앞두고 최근 테스트 이벤트에 들어갔다.

지난 달 말 열린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은 저장 눈을 활용한 경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경닷컴]은 녹지 않는 저장 눈의 실체를 확인하러 평창을 찾았다.

저장 눈은 지난 3월 용평과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만든 눈을 버리지 않고 슬로프 위에 따로 모아 단열 처리 해 보관한 눈이다.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 날씨에 대비한 조직위 비상 대책 중 하나다.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가 열린 날 많은 양은 아니지만 경기장에 눈이 내렸다. 자연설과 저장 눈을 비교해봤다.

자연설은 습도가 매우 낮아 가루처럼 부서지는 파우더 같았다. 이에 반해 저장 눈은 지난 1년 동안 얼고 녹기를 반복해 눈보단 얼음에 가까웠다. 습도가 높아 손으로도 잘 뭉쳐졌다.

전문가들은 보드나 스키를 탈 경우에는 단단한 눈 보다 부드러운 눈이 좋다고 설명한다. 속도 조절과 제동력이 뛰어나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를 앞두고 3명의 선수들이 저장 눈으로 만들어진 점프대에서 연습을 하던 중 속도 조절에 실패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현장+] 평창, 8개월 간 묵힌 '저장 눈' 직접 만져보니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에 필요한 눈의 양은 2100만㎡ 정도다. 이는 2018년 1월20일까지는 확보해야 한다.

저장 눈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외부에 보관하다보니 강풍과 폭우, 폭염 등 기상 이변에 즉각 대처하기 어렵다.

저장과 운용을 위해 투입하는 인력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2만5000㎥ 정도의 양을 보관하는데 들어간 예산만 해도 3억원에 달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 후원이 대부분 끊긴 상황이어서 비용 부담이 큰 저장 눈을 사용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기업 후원액은 목표액 9400억원의 84%인 78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상당수는 현금이 아닌 현물이다.

저장 눈 대신 연기를 뿌려 인공 눈을 만드는 인공증설 방식도 연구하고 있지만 효과는 불확실하다.

평창에서는 이번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를 시작으로 내년 4월까지 총 24개의 테스트이벤트 대회가 이어진다.

김현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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