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인지, 박인비, 장하나, 김세영, 이보미, 신지애
왼쪽부터 전인지, 박인비, 장하나, 김세영, 이보미, 신지애
한국 여자프로골프는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기세가 누그러질 기색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수분 골프’로도 불린다. 퍼내도 퍼내도 재물이 줄지 않는 화수분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등 주요 해외투어를 해마다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K 여자골프의 활약상이 그 어느 해 못지않게 두드러졌다. 말 그대로 ‘K랠리’다.

◆우승상금만 60억원 넘어

박인비
박인비
일본 투어는 K골프의 앞마당이 됐다. 지난 27일 시즌 최종전인 리코컵을 김하늘(28·하이트진로)이 제패하면서 17승을 한국선수가 합작했다. 한 시즌 전체 대회 수가 38개인 만큼 승률이 45%다. 둘 중 한 개 대회를 한국선수가 쓸어담은 셈이다. 17승은 사상 최다 우승 트로피를 수확한 지난 시즌과 같은 승수다.

준우승만 해도 신지애(28·스리본드)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5회를 기록하는 등 16회에 달해 최상위 그룹을 거의 한국 선수가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5승을 거머쥔 이보미(28·노부타그룹)가 1억7586만9764엔(약 18억3492만원)을 거둬들여 2년 연속 상금랭킹 1위를 이어갔다. 상금 상위 10위에는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 10위권 진입 선수 수로는 최다 기록이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우승상금만 30억원에 육박한다. 그런 사이 신지애는 지난 2월 호주 원정 대회인 유럽여자프로골프(LET)까지 제패해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한·미·일·유럽 등 4대 투어 정상에 올랐다. ‘우승하려면 K골퍼를 일단 넘어야 한다’는 말이 일본 프로골퍼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투어 28승 합작…K골프 올해도 '여풍당당'
LPGA는 얼핏 정점을 찍은 듯 보인다. 사상 최다승을 거둔 지난해(14승)보다 5승이 모자란 9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진함으로 평가하기엔 돌발 변수가 많았다. 지난해 혼자 5승을 쓸어담은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올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장기 공백으로 무관에 그쳤다. ‘싱가포르 공항사건’으로 1~2개월씩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한 장하나(24·비씨카드),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빈자리도 컸다. 이들의 컨디션이 정상이었다면 ‘태국골프’ 돌풍을 일으킨 에리야 쭈타누깐(21)의 부활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로 해외로

내년 시즌에도 K골프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앙금을 훌훌 털어버린 전인지, 장하나 등 차세대 K골프 대표주자들이 골프에 집중할 분위기가 조성된 게 일단 긍정적인 변화다. 여기에 국내 투어에서 7승을 쌓은 박성현(23)까지 가세해 트로피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설 참이다. 박인비의 손가락 부상 치료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일본 투어는 K골프의 벽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안신애(26·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와 이민영(24·한화), 윤채영(29·한화), 한승지(23·한화), 권지람(22·롯데) 등 5명의 한국선수가 JLPGA 퀄리파잉스쿨 최종 4차전에 진출해 있다.

내년 JLPGA투어에서 K골프가 최다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경빈 JTBC 해설위원은 “언어나 음식, 거리 등에서 큰 부담 없이 한국을 오가며 경기할 수 있어 한국 선수의 진출과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