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즈

최봉민 3F늘보 대표
'늘보캐디' 리모컨만 누르면 눈과 귀로 코스·거리 알려주죠

“골프 좋아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하하!” 최봉민 3F늘보 대표(53·사진)는 올초 창업을 결심하기 전만 해도 대기업 LG CNS의 잘나가는 엔지니어였다. 중국 합작법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는 등 해외 현지 마케팅과 기술개발, 영업 등을 10년간 진두지휘했다. 취미나 영업으로 골프를 칠 기회가 남들보다 두세 배는 많았다. 핸디캡이 4까지 내려갔다. 그럴 때마다 정보기술 전문가 기질이 슬금슬금 발동했다.

“한마디로 직업병이죠. 그냥 골프만 즐기면 되는 건데 좀 더 쉽게 코스 공략법을 짤 수 있도록 코스 지도를 생생하게 볼 수 없을까 고민하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면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꿈틀거렸거든요.”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게 ‘늘보캐디’다. 동전만 한 블루투스 리모컨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국 어느 골프장 코스든 스크린골프 하듯 훤하게 들여다보며 라운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마트캐디다. 최 대표는 “거리를 말해주는 보이스캐디 역할과 프로골퍼들이 활용하는 3차원(3D) 야디지북,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한데 모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한 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 리모컨을 누르면 코스 정보가 화면에 바로 뜬다. 티샷한 공이 떨어질 만한 예상지점 거리와 벙커, 해저드 등 피해야 할 위험 요소도 정확히 표시해 준다.

티샷을 한 뒤 공이 있는 곳에 가면 드라이버 비거리와 홀컵까지 남은 거리를 목소리와 화면 수치로 알려준다.

최 대표는 “보이스캐디는 코스 정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레이저 거리측정기는 굽은 코스(도그레그) 등 타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그걸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앱 화면 터치로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다른 거리측정기나 시계형 보이스캐디 등과 차별화된 점이다. 공략할 페어웨이 지점을 정해 몇 m를 치면 안전할지 알아보거나 매번 바뀌는 그린 위 홀컵 위치를 실제 깃대 위치로 옮길 수도 있다. 혼자서도 골프를 즐기는 ‘셀프 라운드’가 쉬워지고 골프 대중화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허까지 받은 이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을 같이 하자는 파트너들을 무수히 만났는데, 대부분 기술과 아이디어만 빼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남모르게 속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걸린 4년간 줄잡아 1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최 대표는 “골프나 재미있게 치지 왜 사업하느냐고 주변에서 다들 말렸는데, 지금은 완성제품의 후원자가 된 지인과 마니아층이 늘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골프장인 충남 아산 현대더링스CC와 손잡고 노캐디, 노카트 라운드 서비스에도 나섰다. 1만5000원만 내면 늘보캐디를 빌려 라운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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