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100억원에 영입…중심 타선 강화
삼성, 꾸준한 내부 FA 이탈…오승환·박석민 이어 최형우까지

한국프로야구가 FA(자유계약선수) 100억원 시대를 연 날,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표정이 엇갈렸다.

KIA는 24일 최형우를 4년 총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에 영입했다.

내부 FA 나지완을 4년 40억원에 잡은 KIA는 벌써 2017 FA 시장에서 140억원을 썼다.

반면 삼성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팀의 4번타자로 활약한 최형우를 놓쳤다.

올해 팀 타율 9위(0.286)로 처진 KIA는 정교한 거포 영입의 꿈을 이뤘고, 삼성은 팀 타율 3위(0.293)의 강점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376(1위), 31홈런(7위), 144타점(1위)을 기록했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다.

KIA의 간절함이 드러난 계약이었다.

KIA는 2012시즌 종료 뒤 외부 FA 김주찬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2015년 3월 미국에서 복귀한 윤석민과 4년 90억원에 계약했지만, 사실상 외부 FA 영입은 김주찬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던 KIA는 이번 겨울 달라졌다.

내부 FA 나지완을 잔류시키더니 FA 시장 야수 최대어인 최형우를 영입했다.

김기태 KIA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중심타선에 큰 힘이 실렸다.

최형우,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 등이 포진한 국내 타선은 이제 타팀이 부럽지 않다.

수준급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삼성은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원석과 4년 27억원에 계약하며 12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했지만, 꾸준한 내부 FA의 이탈은 꽤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13년 시즌 종료 뒤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좌완 불펜 권혁과 우완 선발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공수에서 힘을 싣던 주전 3루수 박석민도 지난겨울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이승엽은 2017시즌 종료 뒤 은퇴를 예고했다.

2011∼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 왕조'는 조금씩 힘을 잃었고, 이젠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전력이 약화했다.

올해 삼성은 9위에 그쳤다.

KIA와 삼성은 좌완 에이스 양현종(KIA), 차우찬(삼성)의 이탈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의 크기는 삼성이 더 크다.

KIA는 최형우에게 100억원을 베팅하며 양현종이 이탈할 경우 감당해야 할 투수력 약화를 타선 강화로 메웠다.

양현종은 국외 진출을 먼저 시도한 뒤, 결과에 따라 KIA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차우찬도 일본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도 접촉 중이다.

차우찬은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는 삼성에 "지금은 국외 진출 의지가 강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4번타자를 잃은 삼성이 좌완 에이스까지 놓친다면 2017시즌 전망은 더 어두워진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