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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올해 찬란한 결실을 맛본 더스틴 니퍼트(35·두산 베어스)와 김세현(29·넥센 히어로즈)은 시즌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와 함께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우수 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는 유독 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니퍼트와 김세현은 시상식에 어울리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아내와 천천히 보조를 맞춰 입장해 인생의 동반자를 메인테이블에 조심스레 앉혔다.

과거 시상식에서도 가족을 동반한 경우가 있었지만, 신인왕 후보들이 부모와 함께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메인테이블에는 수상 후보들이 앉고, 아내 등 가족들은 멀리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니퍼트와 김세현은 카메라가 집중되는 메인테이블에 이례적으로 아내와 나란히 앉은 것은 물론 넘치는 애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지난 2014년 이혼한 니퍼트는 올해 1월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한국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주춤했던 니퍼트가 올 시즌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완벽하게 부활한 데는 현재의 아내가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는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니퍼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내에게 키스했다.

그는 "나는 정말 축복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니퍼트가 한국인 아내와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퍼트는 원래 성실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그런 니퍼트가 이혼 뒤 새로운 가정을 꾸리자 일부 팬들은 비판도 했다.

팬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낸 니퍼트는 새롭게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니퍼트는 시상식 뒤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악플들이 우리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자 장애물이었다"며 "그렇지만 와이프는 한 번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금의 와이프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세현은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세이브왕에 오른 김세현은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힘든 일도 많았고 아픈 병도 있었다.

옆에 아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세현의 말에 아내 김나나씨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도 잡혔다.

그는 "가장 고마운 것은 아내다.

아내가 늘 '김세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것 같다.

전성기가 올 때까지 야구에 더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