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슬리-더블루케이 협약 후 김상률 전 교문수석, 문체부 통해 지시
김종 전 차관 "조양호 위원장 교체는 나도 기사 보고 알았다"


올해 초 스위스 회사 누슬리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공사를 맡기라는 지시가 청와대로부터 내려왔고, 이를 거부한 조양호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결국 경질된 정황이 드러났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전 차관은 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올해 3, 4월경에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로부터 '누슬리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와 검토하도록 조직위에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끌던 당시 평창조직위는 검토 결과 계약을 맺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냈고 결국 누슬리는 동계올림픽 관련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문제는 스위스의 경기장 건설 관련 업체인 누슬리는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케이와 협약을 맺은 사실이다.

업무협약 직후 청와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 문체부에 '누슬리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배경에 최순실 씨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누슬리는 지난해 평창조직위 개폐회식장 업체 선정 입찰에는 두 번 모두 응하지 않았다.

평창조직위는 결국 대림산업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누슬리가 더블루케이와 손을 잡았고 이후 청와대에서 뒤늦게 '누슬리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키우고 있다.

누슬리가 눈독을 들인 사업은 1천500억원 대 임시 관중석 및 부속 시설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검토 지시'를 거부한 조양호 회장은 결국 5월 초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당시 조직위는 "조양호 위원장이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조양호 회장을 불러내 '경질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보도된 내용이 90% 맞다"고 사퇴가 아닌 경질이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대해 김종 전 차관은 "조양호 위원장 교체는 나도 모르게 이뤄졌다"며 "체육 주무 차관인 나도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로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 전 차관이 정말 몰랐다면 그 윗선에서 올림픽 조직위원장 교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다.

최순실-차은택-김상률로 이어지는 '비선 실세 라인'의 요구를 조직위에서 거부하자 조양호 회장을 평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했을 수도 있다.

조 회장에게 직접 '물러나라'고 통보한 김종덕 전 장관 역시 차은택 씨의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다는 점에서 최순실-차은택-김상률-김종덕 라인이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