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김광현·양현종·차우찬, 타자 최형우 '최대어'
국내 잔류 시 '역대 첫 100억원' 돌파 유력


한국프로야구에 처음 '100억원'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이 등장한 건 5년 전 겨울이었다.

2011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간판타자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4년 총액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 옵션 20억원)을 제시했다.

당시까지 FA 최고액은 2004년 심정수가 삼성 라이온즈와 사인하며 기록한 60억원이었는데, 이대호는 이를 뿌리치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했다.

이후 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했고, 리그 정상급 선수가 끊임없이 FA 시장에 나왔지만 이대호가 제시받은 100억원을 넘는 선수는 없었다.

작년 박석민이 NC 다이노스로 옮기며 계약한 4년 총액 96억원이 역대 최고액이며, 투수 중에는 윤석민이 2015년 KIA 타이거즈로 돌아오며 기록한 4년 총액 90억원이 가장 높은 금액이다.

올해는 과연 100억원이 넘는 선수가 나올까.

KBO는 7일 2017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는데, 모두 18명이 자격을 갖췄다.

이중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차우찬(삼성 라이온즈) '왼손 트리오'는 모든 구단이 군침 흘릴만한 재목이다.

여기에 KBO 최고 타자 최형우(삼성)는 영입이 곧 득점력 보강으로 이어질 선수다.

이들 가운데 해외 진출 대신 국내 잔류를 선택한 선수는 '100억원의 사나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해야 할 상황이다.

2년 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노크했다가 고배를 마신 김광현과 양현종은 '자유의 몸'이 된 올해 재도전을 놓고 고민 중이다.

최형우 역시 올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주목한 선수였고, 차우찬은 일본프로야구에서 관심을 보이는 선수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동갑내기 왼손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의 거취가 눈길을 끈다.

둘 다 내년 29세로 선수 기량이 절정에 이른 나이다.

원 소속팀 SK와 KIA는 '해외 진출이라면 모를까, 국내 타 구단에는 절대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모두 잔류를 선언하면, 그때부터는 '국내 최고액'을 향한 SK와 KIA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황재균(롯데 자이언츠)·우규민(LG 트윈스)·나지완(KIA)은 100억원 돌파는 힘들어도, 전력보강을 원하는 팀의 구애를 끊임없이 받을만한 '대어'급이다.

FA 시장 공식 개막은 11일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을 포함한 'FA 시장 대어'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FA 총액 100억원 시대가 열리는 건 많은 걸 의미한다.

리그 최고 선수의 연봉은 리그의 수준과 시장의 규모를 설명해준다.

프로야구 출범 35년 만에 '100억원 짜리' 선수가 탄생하는 건, 그만큼 한국프로야구가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과열된 FA 시장으로 일부 선수에게 '부(富)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야구단 시즌 평균 운영비는 200억원 안팎인데, 한 선수에게 4년 동안 100억원이나 지불하는 건 구단 운영에도 무리가 간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