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 CEO 인터뷰] 박영복 "부실 털고 모두가 사기충천…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죠"
“프런트(사무직원)도 선수단도 ‘한번 해보자’는 마인드가 넘쳐나고 있는 만큼 이제 비상(飛上)할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박영복 인천유나이티드 사장(69·사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국프로축구 K리그 1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영 부실로 K리그 최초로 ‘사채를 빌려 쓰는 프로구단’이란 오명(汚名)을 썼다. 단기 부채가 늘고 선수들과 프런트의 월급까지 수개월씩 밀리면서 ‘문 닫는 최초의 프로스포츠구단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그러나 지난 1월 박 사장이 취임한 후 확 달라졌다. 밀린 월급과 시급한 부실채권을 말끔히 정리했다. 금융권 장기 채무액을 뺀 올해 실적만 놓고 본다면 흑자가 예상된다. 박 사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관내 기업과 유관 기관 등을 설득해 후원사로 영입하는 등 스폰서십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5억원을 후원했고, 연간 2000만원부터 2억원까지 내는 20여개 후원사를 영입했다. 시의회를 설득해 21억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해 재정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초석도 마련했다. 그동안 스폰서십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업들을 끌어들인 비결을 물었다.
인천시 숭의동에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홈구장.
인천시 숭의동에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홈구장.
[프로구단 CEO 인터뷰] 박영복 "부실 털고 모두가 사기충천…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죠"
“짧은 시간에 인식을 전환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인천시의 자존심’이라고 설득했어요. 후원사를 직접 찾아가 인구 300만 시대를 목전에 둔 인천이란 거대 도시가 시민구단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 말이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스폰서십 동참을 유도했어요.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의원들을 찾아가 끈질긴 ‘읍소작전’도 펼쳤고요. 예산 편성을 확정할 때까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듯 인천시의회에 살다시피했어요.”

혁신적인 마케팅 성과도 눈에 띈다. 인천관광공사와 함께 유럽 못지않게 축구 열기가 뜨거운 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을 상대로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 경기를 관람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지난해 베트남 특급 르엉쑤언쯔엉(21)을 영입한 것도 쇼 비즈니스 차원의 스포테인먼트 마케팅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쯔엉이 데뷔전을 치른 지난 5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베트남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그를 보기 위해 2000여명의 베트남인이 경기장을 찾았다.

박 사장은 “2020년까지 모든 악성 부채를 상환하고 재정안정 기반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며 “당장은 어렵지만 2021년에는 완전한 흑자전환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130억원이다. 단기 실적으로는 흑자전환이지만 2012년부터 쌓여온 악성부채 90억여원을 털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그는 앞으로 스포츠와 문화 예술분야를 접목한 ‘인천유나이티드 문화예술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프로축구단 사상 국내 최초의 일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지역민에게 행복감을 선사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또한 인천시 숭의동에 있는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네이밍(경기장 명칭권)의 주인도 찾고 있다. ‘ING 볼파크’나 ‘AIG 필드’ 등 미국과 영국에서처럼 경기장 명칭을 장기계약으로 팔아 재정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단 경영의 모든 것을 리셋하고 있습니다. 현재 50%를 밑도는 경영 자립도를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강소 구단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사무국 조직 혁신과 인적쇄신 작업뿐 아니라 선수단 정비, 시민구단으로서 정체성 확립, 수익사업 발굴 등 숱한 과제를 하나씩 해내야겠지요.”

인천 출신인 박 사장은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LG(옛 금성사)에서 10여년간 조달업무를 한 기업인이었다.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인천시경실련 창립을 주도한 뒤 집행위원장을 거쳐 인천부시장,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경인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정무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던 중 구단주인 유 시장의 권유로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을 맡게 됐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