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타누깐 "비거리 270야드"에 선수들 "농담 말라"

"에리야는 올해 너무 잘했다.올해의 선수상 받기에 손색이 없다.그러나 아직 시즌은 남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벌이는 '넘버원' 경쟁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타이틀은 물론 중요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생각할 일이라 상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한다"면서도 "작년에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올해도 이 상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리디아는 또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다.한국에 오면 늘 좋다"면서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팬이 많이 오는 대회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리디아를 앞섰지만 상금랭킹에서는 2위를 달리는 쭈타누깐은 "처음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지만 지금은 최대한 행복하게 경기한다는 생각"이라면서 "한국 음식을 비롯해 한국을 좋아하기에 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괴력의 장타자'로 알려진 쭈타누깐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묻자 "270야드"라고 답하자 동석했던 리디아 고를 비롯한 선수들은 일제히 "농담하지 말라"고 '항의'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쭈타누깐은 "내가 드라이버를 치면 (페어웨이 양쪽) 나무를 맞혀서 270야드 밖에 안 나간다"고 맞받았다.

경기 때 드라이버를 거의 쓰지 않는 쭈타누깐은 "파5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되니 장타력이 도움되는 건 사실"이라고 장타력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 기자회견에 나선 전인지(22·하이트진로), 유소연(26·하나금융), 박성현(23·넵스), 브룩 헨더슨(캐나다), 렉시 톰프슨(미국) 등은 한국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세계랭킹 3위를 달리는 전인지는 "정상급 선수들과 겨룰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2년 전 이 대회에서는 1라운드는 바닥권이었지만 준우승을 했다"면서 올해는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신인왕을 확정 지은 전인지는 "신인왕은 보너스로 여기겠다"고 덧붙였다.

세계랭킹 4위 헨더슨은 "3주 연속 아시아 지역 대회를 치렀고 이번이 4주째지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한국은 처음 방문인데 어제 처음 한국 음식을 먹어봤다.

최대한 즐겁게 지내겠다"고 말했다.

작년 이 대회 우승자 톰프슨은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라고 운을 뗀 뒤 "작년에는 사실 몸이 좋지 않았는데 우승했다.

경기 운영을 아주 잘 하는 대회인데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표로 출전한 박성현은 "작년 처음 LPGA 투어에서 출전한 게 이 대회였고 준우승까지 했던 대회라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최근 2년 동안 우승이 없어 아쉽다"면서 "스윙을 고쳐 롱게임은 아주 좋아졌고 퍼팅만 따라 주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투지를 보였다.

유소연은 최근 세상을 뜬 외조모를 언급하면서 눈물을 쏟아내 회견장을 한때 숙연하게 만들었다.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