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겪는 시리아에 지다니" 축구팬들 실망감 넘어 분노감 팽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더불어 중국 국민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축구 굴기'(堀起·우뚝 섬)'가 또다시 쓰라린 좌절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시리아에 패해 본선 진출 가능성이 가물가물해지자 13억 명의 중국 대륙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오훙보(高洪波)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전날 저녁 홈구장인 시안(西安)에서의 시리아전에서 0-1로 패해 3경기를 통틀어 1무 2패로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해 중국은 시리아에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처지게 됐다.

이로써 각 조 2위까지 직행할 수 있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본선 진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고 평가했다.

'텅쉰(騰訊·텐센트)체육' 등 스포츠전문 매체들도 "중국이 3경기에서 고작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축구팬을 비롯한 중국 누리꾼들은 충격적인 소식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마저 드러냈다.

중국 축구팬들은 13억 인구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내전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 졌다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기아와 전쟁에 시달리는 나라가 선수들의 몸값이 수천만 위안에 달하는 중국팀을 이겼다"며 "아직도 자기가 잘났다고 떠드는 중국 축구는 마땅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난민이 400만 명이고 760만명이 살 곳을 잃은 시리아에 너희(중국 대표팀)가 어떻게 질 수가 있느냐"고 분노했다.

한 블로거는 "중국 축구는 경기에서만 진 것이 아니다"라며 이참에 중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라고 주문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은 초라하지만, 중국 내에서 축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나 선수 선발과정에서의 파벌 문제는 물론 각종 비리로 중국 축구계의 병폐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진출한 것을 빼고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해왔다.

'축구광'인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부는 축구대표팀을 2050년까지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축구 굴기를 향한 과감한 육성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청사진에는 2020년까지 축구 인구를 초·중학생 3천만 명 등 총 5천만 명으로 늘려 2021∼2030년에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아시아 최고로, 여자 대표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50년 남녀팀이 함께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 계획이 담겼지만, 이번 시리아전 패배로 그 청사진이 다시 한 번 무색해졌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