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이어…스크린야구 '장외홈런'
“스크린야구 열풍이 이 정도일 줄은 진짜 생각도 못했습니다. 공간이 없어서 점포 개설을 못할 정도예요.”

스크린야구 브랜드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의 김효겸 대표(사진)는 사무실 벽에 매달 점포 확장 목표와 실적치를 그려오다 최근 중단했다. 수치를 적어넣는 게 무의미할 만큼 성장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 석 달여 만에 올해 목표 35개 점포를 넘어섰고, 2차 목표인 65개도 이미 돌파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말까지 100개 돌파(계약 기준)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크린야구 시대가 확실히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은 국내 스크린야구 업체 중 유일하게 투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이용자가 스크린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제공
스트라이크존은 국내 스크린야구 업체 중 유일하게 투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이용자가 스크린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제공
2014년 싹트기 시작한 스크린야구 시장은 2년여 만에 12개 업체, 전국 250여개 점포로 커졌다. “야구를 스크린으로 할 수 있겠어?”라는 의구심 속에서 출발한 것치고는 ‘예상 밖 홈런’인 셈이다.

스크린야구는 팀 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공격은 타석에 올라가 스크린 속 투수 캐릭터가 던지는 공을 받아치면 된다. 투수의 손끝과 공 사출구 위치가 일치돼 있어 진짜 투수 손에서 공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타를 치면 캐릭터 아바타가 대신 나가서 주루 플레이를 해준다. 혼자 인공지능을 상대하거나 아니면 2개팀으로 나눠 공수를 바꿔가며 경쟁할 수도 있다. 요금은 1명이 오든 9명이 오든 시간당 4만8000원(스트라이크존 기준)을 내면 된다.

지난 2월 서울 잠실에 1호점을 내며 시장에 발을 디딘 스트라이크존은 8개월여 만에 시장점유율 약 27%로 선두 리얼야구존(52%)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스크린야구가 스크린스포츠의 주류로 초고속 착근한 배경은 뭘까.

“프로야구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체험 수요가 있었던 거죠. 야구관람객이 800만명이고 사회인·동호인 야구 인구가 50만명이나 됩니다.”

반면 야구장이나 연습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보니 한국인 특유의 ‘방문화’와 야구가 자연스럽게 접점을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기술(IT)이 없었으면 이런 문화와 수요를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스트라이크존을 개발한 뉴딘콘텐츠는 스크린골프업계 1위 골프존의 계열사다. 15년간 축적된 센서 기술과 그래픽 노하우가 그대로 활용된 건 물론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한 재미’다.

김 대표는 “타자가 준비됐는지를 타석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하게 했고, 공이 날아오는 구멍에도 안전 슬라이드창을 달아 갑자기 공이 날아오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았다”고 소개했다. 공도 딱딱한 선수용(경식구)이 아닌 스크린야구 전용 소프트볼(연식구)을 자체 개발했다. 김 대표는 연식구 개발 과정에서 날아오는 공을 수십 차례 맞아보며 안전성을 직접 평가하기도 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점은 투구 기능이다. 스크린을 향해 공을 던져 상대팀 타자를 삼진아웃시키는 쾌감이 쏠쏠하다. 구속과 스트라이크율 등 정확도도 스크린에 나타나는 수치로 알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전국에서 몇 등인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술력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대만에는 조만간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형태로 기술과 장비 등을 수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스크린야구와 필드야구의 1인자(팀)를 뽑는 ‘온·오프 아마추어 야구 통합챔피언 선발대회’(가칭)를 열어 스크린야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킬 계획이다. 예선은 스크린야구로, 본선과 결선은 서울 고척동 돔구장 같은 실제 야구장에서 열 방침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