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챔피언십 대비해 하이트진로챔피언십 결장키로

타이틀 방어전인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공식 연습 라운드를 마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인자 박성현(23·넵스)의 손에는 웨지 한 자루만 달랑 들려 있었다.

박성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을 치르고 지난 20일 귀국해 21일 프로암 대회를 소화하고 이날은 공식 연습 라운드에 나선 참이었다.

10번 홀부터 9개 홀만 돌면서 그린 주변 어프로치 연습만 했다는 박성현은 "귀국해서 이틀 동안 잠을 못 자서 멍하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솔직히 (피곤해서) 많이 힘들다"는 박성현은 그러나 "오늘 푹 자면 나아질 것"이라면서 회복을 자신했다.

그는 "지난번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치르고 귀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잠을 잘 잤더니 풀리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성현은 아직 시즌 중이다.

남은 대회가 8개나 된다.

박성현은 피로 누적에 대한 해법으로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결장을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에 이어 열리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은 지난해 박성현이 우승한 대회다.

2주 연속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은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개최된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다음 대회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인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건너뛰는 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겨냥한 포석이다.

박성현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초점을 맞춘 일정 조정은 맞다"고 밝혔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올해 박성현이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LPGA 투어 대회다.

이미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박성현이지만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은 LPGA 투어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LPGA 투어에 진출한다면 기왕이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입성하고 싶기도 하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지난해 박성현이 코스레코드(62타)를 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박성현은 2주 연속 타이틀 방어전에 이어 4라운드로 열리는 하이트진로챔피언십까지 치르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는 극도의 피로 속에 참가해야 하기에 결단을 내렸다.

올해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 1위 등 3관왕을 노리는 박성현은 2위 그룹과 아직 여유가 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하지만 박성현은 메이저대회 한차례 결장에도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에 대한 의욕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박성현은 "신지애 선배가 이룬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알고 있기에 더 욕심이 난다"면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7승을 올린 박성현이 이 기록을 깨려면 두 차례 타이틀 방어전에서 우승하는 게 요긴하다.

게다가 이번 시즌 시작 전에 세운 목표 가운데 하나가 작년에 우승했던 대회 타이틀 방어이라서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을 앞둔 각오는 남다르다.

"타이틀 방어가 왜 어려운지 몰랐는데 한번 겪어보니 알겠더라"는 박성현은 "이번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난 5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난생 처음 타이틀 방어에 나섰지만 1타차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그는 "작년에 우승한 대회는 작년보다 못하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엄청나게 크더라"면서 "자꾸 겪어보면 익숙해지지 않겠냐"고 웃었다.

박성현은 "처음에는 2주 연속 우승도 어렵다고 여겼지만 겪어보니까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2부투어 시절에는 우승한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할 만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박성현은 올해는 이미 두 차례나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박성현 이전에 한국여자프로골프 장타여왕으로 명성을 날린 김세영(23·미래에셋)과 '장타 대결'에 박성현은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2013년 박성현은 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초청받은 ADT 캡스챔피언십에서 김세영과 동반 플레이를 처음 했다.

박성현은 "정말 멀리 쳐서 나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성현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김세영과 장타대결에서는 "내가 조금 앞섰던 것 같다"면서 "3년 동안 내 비거리가 많이 늘었으니 이번에 한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성현은 23일 오전 8시40분 김세영, 그리고 배선우(23·삼천리)와 함께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