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골프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나는 행복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일 가운데 하나가 직업이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말이다. 나는 지난해 10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1300명이 넘게 도전한 프로 선발전에서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프로 동기 90명 대부분은 20세 안팎이고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익힌 선수들을 제치고 프로가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꿈같다. 그 덕분에 나는 평생 골프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늦깎이 선수로서 KPGA 2부 투어(챌린지투어)와 3부 투어(프런티어투어)를 뛰고 골프도 가르치고 있다. 내가 20대에 몸담았던 한국경제신문에도 16년 만에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됐다. 신문기자로서가 아니라 골프 칼럼니스트로서.

김용준 프로 프로필
김용준 프로 프로필
나는 독학 골퍼였다. 프로가 되기까지 프로에게 골프를 배워본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프로가 되고 나서다. 하프 스윙부터 다시 배우면서 혼자 골프를 익힐 때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조금만 일찍 지금의 사부를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아쉬움을 담아 칼럼을 쓸 것이다. 독자가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핸디캡을 단 몇 타라도 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 임기응변보다 기본기를 주로 말할 것이고 마음가짐에 관한 얘기도 가끔 하겠다. 칼럼의 큰 제목은 ‘유구무언(有球無言)’으로 정했다. ‘입 구(口)’ 자 자리에 ‘공 구(球)’ 자를 대신 넣었으니 골프공 앞에서는 말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독자에게 맨 처음으로 ‘골프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골프에서 성공의 어머니는 성공이다. 나는 반복된 실패를 거울삼아 고수가 됐다는 골퍼를 만난 적이 없다. 실패를 되풀이하다가 입스(yips)에 걸려 고생하는 플레이어는 많이 봤다. 멋진 샷을 해내고 부담스러운 퍼팅을 세이브한 경험이 쌓인 플레이어일수록 점점 더 자신있게 경기한다. 아마추어 절정 고수는 거의 다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싱글을 기록하고 다시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언더파를 쳤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 성공에서 성공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엄연히 있다는 얘기다.

필드에서 샷을 하기 전에 어떤 생각을 하는가. 내가 마음먹은 데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는가. 마음만 먹으면 더 잘 치게 된다고 말하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멋진 샷을 날린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면 아무리 자신감을 가지려 해도 절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수없이 혼잣말을 한 끝에 마침내 해냈다는 무용담은 이미 엄청난 땀을 흘린 사람의 얘기다. 어쩌다 한 번 성공한 것은 운이다. 확신은 십중팔구 성공해본 경험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슴에 담을 방법은 없다. 그것도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배워서 익혀야만 가능하다. 골프는 잘하려면 독학하지 말고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미 상당한 세월을 독학했다고 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골프의 숲을 헤매게 된다. 내가 그 숲을 빠져나온 것은 재주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골프에 입문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의 사부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다.

김용준 프로 ironsmith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