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스텐손은 안정권…동메달 쿠처는 아슬아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가을 돈잔치' 플레이오프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처지가 고단하다.

불과 한달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2년 만의 올림픽 남자 골프 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만끽했지만 정작 거액의 상금이 걸린 플레이오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에 이어 치러진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덕에 내년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보장받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당장 눈앞에 닥친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출전권이 더 아쉬운 처지다.

로즈는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에서 31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공동57위에 그쳐 페덱스 순위 50위에 머물렀다.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에서 5위 이내에 입상하지 못하면 로즈는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나가지 못한다.

2010년부터 투어챔피언십에 개근한 로즈가 이번에 출전이 무산된다면 하필이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PGA투어에서 가을 농사를 망치는 묘한 꼴이 된다.

로즈는 이번 시즌 PGA투어에서 17개 대회에 출전해 3위 한차례를 포함해 톱10에 5차례 입상해 202만 달러를 벌어들여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페덱스 순위가 뒷걸음친 바람에 탈락 위기에 몰렸다.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8오버파 79타를 치는 부진이 뼈아팠다.

로즈는 "플레이오프는 한방"이라면서 "BMW 챔피언십과 투어챔피언십을 연달아 우승한다면 플레이오프 우승 상금 1천만 달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즈는 지난 2011년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건져 골프 최강국 미국의 체면을 세운 맷 쿠처(미국)도 플레이오프 최종전 진출이 아슬아슬하다.

이번 시즌에 331만 달러를 벌어들인 쿠처 역시 플레이오프 1, 2차전에 하위권에 그친 탓에 투어챔피언십 출전 커트라인 근방인 28위로 밀렸다.

그나마 30위 이내라 BMW 챔피언십에서 50위 밖으로 처지지만 않는다면 투어챔피언십 출전권을 지킬 수 있지만, 올림픽 이후 떨어진 경기력이 걱정이다.

쿠처가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나서지 못한다면 라이더컵 대표 선발도 먹구름이 예상되기에 BMW 챔피언십에서 상위권 입상이 요긴하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로즈나 쿠처와 달리 투어챔피언십 출전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텐손 역시 돈잔치 플레이오프를 빈손으로 마쳐야 할 지도 모른다.

1차전 바클레이스 때 무릎 부상이 도져 기권한 데 이어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는 41위에 그쳐 페덱스 순위가 24위로 하락한 스텐손은 3차전 BMW 챔피언십을 건너뛰기로 했다.

BMW 챔피언십을 쉬어도 투어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주는 페덱스 순위 30위 이내에 남을 수 있기에 내린 결정이지만 상금 수입은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에 오른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스텐손은 투어챔피언십보다는 라이더컵에 초점을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전하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달리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올림픽 거부파 선수들은 페덱스 순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