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경 직장인 축구리그’에 출전해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직장인 축구팀 SMC엔지니어링. 이 팀은 우승 후 K3팀 창단을 선언해 축구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회사 내 순수 아마추어 직장인 선수로 출발해 전문 선수 영역인 프로팀 창단 도전에 나선 첫 사례기 때문이다.

앞으로 SMC엔지니어링과 같은 아마추어 축구팀이나 선수가 프로리그로 진출할 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 강영중)와 대한축구협회(KFA·회장 정몽규)는 프로축구와 아마추어 축구를 아우르는 한국형 축구리그 디비전 시스템(승강제)을 도입한다고 2일 밝혔다.
동네축구 스타, K리그서 뛰는 길 넓어진다
디비전 시스템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처럼 리그별 상위팀이 상부 리그로 승격하고 하위팀은 하부 리그로 강등되는 승강제다. 지금은 프로리그에만 적용돼 있다.

이 제도가 아마추어로까지 확대되면 직장인 동호회, 조기축구회의 프로리그 진출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의 상위 리그 진출도 가능해진다. 2015~2016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레스터시티 FC의 제이미 버디(30)와 같은 ‘깜짝 스타’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레스터시티 우승 주역인 버디는 부목공장 짐꾼 출신으로 잉글랜드 8부리그(아마추어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올해 프리미어리그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KFA는 그동안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실업축구연맹, 각급 학교 연맹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프로축구와 아마추어 엘리트 축구를 분리 운영했지만 ‘동네’에서 활동하는 조기축구와 회사 내 동호인 축구 등의 열기를 프로리그로 전이시키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풀뿌리 축구를 활성화시켜 선수층을 더 두껍게 해 프로구단과 국가대표 자원 등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협회가 지난해 말 아마추어 축구를 2033년까지 4단계 디비전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 2월에는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를 협회와 통합하는 등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통합 리그 도입을 위한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협회는 앞으로 단계별 세부계획에 따라 리그 전체를 K1·K2(프로리그), K3·K4(세미프로리그), K5~K7(아마추어리그) 등 7단계 피라미드형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승강제를 통해 최하부 리그인 K7(142개 기초리그) 소속 팀이 성적에 따라 상위 리그인 K6(17개 광역리그), K5(전국 최강 축구클럽)로 올라가는 구조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역별 기초리그를 활성화해 스포츠 참여 인구와 우수 선수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 영국, 독일 등 유럽처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없는 통합 리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통합 리그는 내년부터 142개 시·군·구 리그 소속 생활축구클럽 852개팀으로 구성된 기초리그(K7)로 첫발을 내디딜 전망이다. 28억4000만원의 정부 지원 예산도 배정됐다. 예산은 기초자치단체 단위 리그 신설과 경기 개최 및 운영 지원 등에 리그당 2000만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허인실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차장은 “통합 축구리그 승강제 도입은 궁극적으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연내에 관련 단체 간 협의를 마무리 짓고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정우/이선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