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를 관람하다 어린이 팬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를 관람하다 어린이 팬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업무상 방문한 수원에서 또 야구장 "삶의 균형 맞춰야 업무 생산성도 증가"
제주도 휴가 중에도 매일 KBO 시청…"두산, 양의지 복귀 중요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또 프로야구장을 찾았다.

리퍼트 대사는 30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케이티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전에도 자주 야구장 나들이를 하며 한국 야구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리퍼트 대사는 열혈 야구팬으로 잘 알려졌다.

스스로 두산 베어스를 좋아한다고 소개한다.

KBO리그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한다.

그는 지난 25일에도 광주 방문 일정을 쪼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가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봤다.

주한 미국대사라는 직책의 무게를 떠올리면 야구장 방문이 상당히 잦다는 인상이다.

이날 케이티와 NC의 경기가 시작하기 전 연합뉴스와 만난 리퍼트 대사도 "아주 바쁘다"라며 늘 일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은 맞는다고 동의했다.

그런데도 야구장을 자주 찾는 이유는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균형이 맞아야 업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야구를 보면서도 블랙베리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업무를 본다고 밝혔다.

또 야구장에 간 날은 밤에 집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고 늦게 잠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TV나 인터넷 중계로도 KBO리그 경기를 챙겨 본다.

그 덕분에 "두산은 양의지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NC는 라인업이 훌륭하다.

테임즈가 1루에 있다면 말 다 한 것" 등 각 구단의 사정과 장점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를 섞어 인터뷰한 리퍼트 대사는 최근 야구계 이슈인 승부조작 사건에 관한 견해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케이티와 NC의 경기를 보러 온 이유는.
▲ 오늘(30일) 수원에서 다양한 일정이 있었다.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미국·한국 의료진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참관했고, 지역 대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했다.

수원을 찾은 김에 경기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케이티위즈파크 방문이 처음은 아닌데.
▲ 성장하고 있는 신생팀을 꾸준히 응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잘해나갈 팀을 위해 응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

-- 바쁠 텐데 어떻게 야구장에 자주 올 수 있나.

▲ 주한 미국대사가 되기 전에도 바빴다.

미국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 부보좌관 등은 24시간 일하는 자리였다.

일정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시간을 쪼개는 것이 중요하다.

저에게는 야구장에 오는 것이 그런 일이다.

여가가 있어야 머리가 맑아지고 일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야구장에 오는 것은 직업 생활에 도움이 된다.

현명하게 일하는 법은 아버지를 보고 배웠다.

아버지는 일을 많이 하시는 성공한 변호사다.

그런데도 언제나 집에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제가 속한 야구팀을 지도하셨다.

매일 5∼6마일 조깅을 하고, 야구장 관람을 하며 머리를 식히셨다.

일, 가족, 취미의 균형을 맞춰야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야구 경기 시간은 길다.

일이 밀릴 수도 있는데.
▲ 블랙베리와 전화 등으로 야구장에서 일할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은 소중하다.

사무실 밖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찾아야 사무실로 돌아가 일할 때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 야구 경기를 보고 나서 곧바로 업무를 손에 쥐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 나도 야구 경기를 보고 나면 인터넷에서 더 많은 야구 정보를 찾아보고 싶어 한다.

유연하게 일하되, 여기저기 검색하고 싶은 마음에 선을 긋는다.

(한국말로) 이달 제주도로 가족 휴가를 가서도 매일 밤 KBO 경기를 봤다.

아내(로빈 리퍼트 여사)가 조금 화를 낼 정도였지만, 아내도 야구를 좋아해서 모두 행복했다.

-- 아들 제임스 윌리엄 세준 군은 삼성 라이온즈의 팬인데 이유는.
▲ (한국말로) 아들이 사자를 아주 좋아한다.

삼성의 색인 파랑과 흰색도 좋아한다.

작명소를 소개해준 사람이 삼성팬이었다는 인연도 있다.

저는 다른 KBO 구단들도 좋다.

한국은 야구장마다 특별한 팬 문화와 음식이 있어서 재밌다.

모든 야구장을 방문해보고 싶다.

-- 아직 못 가본 구장이 있는가.

▲ (한국말로) 넥센 히어로즈가 새 홈인 고척돔에서 경기하는 것을 못 봤다.

작년에 목동구장에서는 넥센 경기를 봤다.

다음 달에 고척돔에서 넥센과 두산의 경기를 볼 계획이다.

벌써 신난다.

-- 두산, NC, 케이티의 매력은.
▲ 두산은 투수력이 아주 강하고, 타선에서도 김재환 등 굉장한 타자들이 아주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른다.

포수 양의지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NC는 투수진이 시즌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타선은 재능 있는 라인업을 갖췄기 때문이다.

에릭 테임즈가 1루에 있는 데 더 말할 것도 없다.

케이티는 등락이 있지만, 훌륭한 수원을 연고로 두고 있다.

올해 잘하는 것을 더 살리면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

-- 최근 승부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야구 팬들이 크게 실망했다.

▲ 미국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다.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승부조작 사건), 2000년대 스테로이드 파문 등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KBO도 관심과 믿음을 갖고 이번 문제를 잘 해결하면 앞으로 오랜 기간 좋은 리그로 발전할 것이다.

미국 대사로서 한국이 언제나 어려움을 겪을 때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봐 왔다.

-- 한국어 실력이 상당하다.

▲ 매일 1시간∼1시간 30분씩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리퍼트 대사는 "야구를 매개로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과 미국이 서로 관심을 두고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관람석에 앉기 전에 구장 내 상점을 둘러보고 간식거리를 정하고 싶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