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서병문 배구협회 신임 회장에 건의 사항 전달
서 회장 "앞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겠다"


"그걸 못 먹어? 먹어야지, 몸에 좋은 건데. 아니면 짜장면이라도 시켜줄까?"
25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중국 음식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 대표팀과 대한배구협회의 회식이 열렸다.

낯선 음식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는 남지연(33·IBK기업은행)에게 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 신임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서 회장이 말한 '그것'은 불도장이다.

상어 지느러미와 죽순 등 3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 중국 보양식이다.

하지만 서 회장의 '짜장면 제안'에 한 간부가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남지연을 포함한 선수들과 이정철 대표팀 감독, 서 회장 모두 웃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치찌갯집에서 회식한 것이 최근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자리를 주재한 서 회장은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혈전을 치르던 지난 9일 협회의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이 날 만찬은 서 회장과 선수들 간 정식 상견례를 겸한 귀국 환영 행사로 열렸다.

선수들은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양효진(27·현대건설)은 옆자리의 김수지(29·흥국생명)한테 "회식할 때는 김치찌개보다 이런 음식이 낫다.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라며 웃었다.

양효진은 "김치찌개도 맛있지만 오랜만에 회식하면 '우와 오늘 뭐 먹지?' 이런 설렘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매일 먹는 김치찌개보다는 이런 음식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배구협회는 대표팀의 '40년 만의 메달 획득' 목표가 좌절된 뒤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런 점을 의식한 서 회장은 "여러분이 그 키에 리우에서 서울까지 이코노미석을 타고 오느라 고생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텐데, 기탄없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선수들은 한번 말문이 트이자 리우올림픽을 치르며 겪은 불편을 서 회장에게 하소연하며 적극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연주(30·현대건설)는 "대표팀이 처음 소집된 후 한참 동안 각자의 팀 연습복을 입고 훈련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유니폼이 통일되면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란(32·KGC인삼공사)은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 이겼을 때 승리 수당을 받으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선수들의 건의 사항을 깨알같이 받아적었다.

남지연(33·IBK기업은행)은 대표팀 훈련을 돕는 직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효희(36·한국도로공사)는 손발을 맞출 기간이 하루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서 회장 바로 옆에 앉은 김연경(28·페네르바체)은 선수들의 건의 내용을 부연 설명했다.

회식 자리는 두 시간여 만에 끝났다.

서 회장은 "앞으로 여러분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