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우승이 꿈이다.특히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어보고 싶다."

22일(한국시간) 한국인으로는 다섯번째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대회 정상에 오른 김시우(21·CJ대한통운)는 뜻밖에도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대회장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던 중이라는 김시우는 "아직도 꿈만 같다.믿어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젯밤에 많이 긴장했다.정상급 선수들이 다 (순위표 상단에) 올라와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잘 이겨내서 정말 기쁘다"고 거듭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시우는 "10번홀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보기 3개를 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이 날씨면) 보기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면서 "18번홀에서는 대회 최소타 기록을 의식해 버디를 노리고 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하던 대로 하겠다"면서 "장차 꿈은 메이저대회, 특히 마스터스 우승"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시우는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시우와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꿈만 같고 안 믿어진다.

긴장 많이 했는데 잘 이겨내서 기쁘다.

-- 2013년부터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이번 우승이 주는 의미는 뭔가?
▲ 올해 PGA투어에 다시 올라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

그동안 고생을 다 보상받은 것 같았다.

거기다 우승까지 하니 커다란 보너스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2년 투어 카드를 보장받은 게 기분 좋다.

-- 긴장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나.

▲ 톱 선수가 다 올라와서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3라운드 때부터 이미 내년 시드도 다 만들어놨으니 마음 편하게 먹자고 생각했다.

-- 경기에서 그리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 1번홀에서 쉽게 버디를 잡아낸 게 긴장감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시작이 중요하지 않나.

초반이 잘 풀리면 긴장도 누그러지는데 이번 대회는 매 라운드마다 초반이 잘 풀렸다.

-- 전반은 잘 마쳤지만 후반 들어 보기 3개가 나왔다.

불안하지 않았나.

▲ 10번홀 시작하는데 비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하지만 이러면 다른 선수들도 보기를 하겠구나 생각하니 그다지 불안하지 않았다.

또 보기가 내 실수 탓이 아니라서 걱정하지 않았다.

-- 역시 승부처는 15번홀이었나.

▲앞에서 경기한 짐 퓨릭이 15번홀 그린에서 3퍼트 보기하는 걸 보고 있엇다.

15번홀은 티샷만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쉽다.

그래서 티샷에만 집중했고 결과가 좋았다.

-- 15번홀 버디로 우승을 확신한건가.

▲ 내 플레이만 하면 (우승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 악천후로 16번홀 마치고 1시간 가량 경기가 중단됐는데 영향이 없었나.

▲ 오히려 득이 됐다.

15번홀 버디 이후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봤다.

클럽 하우스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편하게 기다렸다.

-- 18번홀 플레이가 아주 공격적이었다.

4타나 앞서 있었는데 그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이유가 뭔가.

▲ 18번홀 역시 티샷만 잘 보내면 버디 찬스가 오는 곳이다.

사실 대회 최소타 기록을 의식했다.

버디를 노린 플레이였다.

-- 어린 나이에 퀄리파잉스쿨 통과한 뒤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난 3년 동안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 2013년에 PGA 투어에 데뷔하고도 18세가 되지 않아 대회에 많이 나가지 못했을 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대회 출전 기회가 적으니 대회 때마다 초조하고 조급했더,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고 이후 1년 동안 안 좋았다.

-- 어떻게 이겨냈나.

▲ 정말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다잡아주셨다.

이제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다.

-- 오늘 우승 현장에 아버님이 오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 처음에는 수고했다고만 하셨다.

나중에는 잘 했다고 칭찬해주시길래 나도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 1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았는데 부모님께 우승 축하 선물이라도 사드리나?
▲ 딱히 드릴 건 없고 다같이 좋은 데 썼으면 좋겠다.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데 목표는?
▲ 우승한 기분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임하겠다.

중요한 대회니까 집중하려고 한다.

특별한 목표는 정하지 않았고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이다.

-- PGA 투어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마스터스 우승이 꼭 하고 싶다.

4대 메이저대회 모두 다 하면 더 좋겠고…
-- 지난달 바바솔 챔피언십 때 연장전까지 최경주 선배가 기다렸다가 격려해줬는데.
▲ 존경하는 최경주 선배가 기다려주시고 격려해줘서 우승한 것만큼 기뻤다.

이번에 댈러스로 이사했는데 최경주 선배 집과 30분 거리라고 하더라.
-- 올림픽은 봤나.

▲ (올림픽 남자부 경기 때) 대회를 쉬는 기간이라 봤다.

이번에는 나갈 자격도 없었고 나간다 해도 메달 딸 실력이 아니라서…4년 뒤 도쿄 올림픽에는 나가서 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