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피니시라인'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올림픽 육상 트랙 위에서 넘어진 절망적 순간에 얻은 평생의 친구, '강도를 당했다'는 거짓말과 조사를 피해 줄행랑친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네이마르….

2016 리우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1일(한국시간) AP통신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1966년·국내 제목 '석양의 무법자')의 제목에 빗대 이번 올림픽에서 잊지 못할, 혹은 잊어선 안 될 순간들을 꼽았다.

▲ "종합순위(메달 수 기준)"

20일 현재 미국은 금 41, 은 36, 동 35(총 112개)개로 종합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메달 합계를 기준으로 하면 2위(중국·68개)와의 차이가 무려 44개다.

이런 차이는 각 국가가 올림픽 참가를 대거 보이콧했던 냉전 시기를 제외하면 68년 만의 기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 "최고의 '끝마무리'"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시작한 100m, 200m, 400m 계주 석권을 2012년 런던에 이어 2016년 리우에서도 해냈다.

그는 이제 올림픽을 떠나겠다며 피니시라인에 입을 맞췄다.

볼트는 "더는 증명할 것이 없다"고 했다.

또 "내가 최고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그의 말이 옳다"고 했다.

▲ "최고의 스포츠맨십이 발휘된 순간"

육상 여자 5,000m 예선에서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가 함께 넘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다고스티노는 홀로 뛰어가기보다 햄블린이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쪽을 선택했다.

관중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다고스티노는 넘어지면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남은 1,800m를 완주했다.

두 선수는 모두 메달을 얻진 못했지만, 평생의 친구를 얻었다.

또 '올림픽 정신의 상징'이 됐다.

▲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12개나 딴 베테랑, 라이언 록티(미국)는 '괴한에게 강도를 당했다'는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브라질을 떠나 자기 나라로 도망쳐버렸다.

그와 함께 있던 동료 3명은 모두 브라질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록티는 뒤늦게 자신의 SNS에 "다른 나라에서 언어의 장벽 속에 갇히는 것은 정신적으로 충격적이었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거짓말과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 선수의 악수를 거부한 이집트 유도 선수와 같은 사례가 나온 올림픽이지만, 록티를 '최악'으로 꼽기는 너무나 쉽다"고 꼬집었다.

▲ "베스트 커플"

올림픽 금메달 6개를 가진 남자, 4개를 가진 여자. 한 달 뒤 결혼하는 영국의 사이클 '골든 커플' 제이슨 케니(28)와 로라 트롯(24).

남편은 10종경기 금메달리스트 애슈턴 이턴, 아내는 7종경기 동메달리스트 브리앤 티슨-이턴.

이런 '베스트 커플' 후보들을 제치고 AP통신의 선택을 받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커플은 헬렌 리처드슨월시,케이트 리처드슨월시 부부다.

모두 여성인 둘은 영국 여자 하키 대표팀의 팀 동료이면서 부부다.

이 부부는 영국의 하키 금메달 수확을 이끌었다.

케이트는 "아내와 함께 금메달을 따는 이 순간은 너무나 특별하다"며 "우리 부부는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고의 한 방"

'최강' 미국 여자 축구의 영웅인 골키퍼 호프 솔로는 계속된 관중의 '지카!' 야유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의 '수비 전략'에는 완전히 평점심을 잃고 말았다.

금메달을 노리던 미국은 스웨덴의 수비 전략에 막혀 8강에서 탈락했다.

실망한 솔로는 스웨덴을 향해 "겁쟁이들"이라고 폭언했다.

하지만 솔로의 전 감독이자 스웨덴의 은메달 수확을 이끈 피아 순드하예 감독의 '카운터 한 방'이 더 셌다.

"이겼는데 겁쟁이면 어때"

▲ "브라질인들에게 최고의 순간"

네이마르가 독일과의 축구 결승전, 그것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서 찬 공이 골망을 흔들었을 때, 브라질도 함께 격렬하게 흔들렸다.

네이마르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올림픽의 시설·운영 등에서 드러난 문제, 올림픽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브라질 국민의 저항.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게 하는 '완벽한 마무리'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