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부진…은퇴설까지 나돌았으나 보란 듯이 압도적인 우승

7월 초까지도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했다.

왼손 엄지 부상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7월에 열린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 연달아 나오지 못했다.

6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여자 PGA 챔피언십에도 출전은 했으나 컷 탈락했다.

주위에서는 '박인비가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도 부상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8월 올림픽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결혼한 박인비가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대면 불참 명분도 그럴듯하게 세워진다는 추측에도 힘이 실렸다.

부상을 털어낸다 하더라도 올해 부진했던 성적이 올림픽에서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박인비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 KIA 클래식 준우승 등의 성적을 냈지만, 우승이 없었다.

4월부터 네 차례 대회에 출전했으나 롯데 챔피언십 공동 68위, 나머지 3개 대회에서는 기권 2회와 컷 탈락 1회에 그쳤다.

2013년부터 해마다 이어온 메이저 대회 우승도 올해는 에비앙 챔피언십 한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끝난 네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만 공동 6위에 올랐고 이후로는 컷 탈락 1회, 불참 2회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지난해 평균 타수 1위(69.42타)에 올랐지만 올해는 79위(72.19타)에 불과하다.

상금도 지난해 263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시즌 도중이기는 하지만 작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5만3천 달러로 45위다.

그러던 박인비가 7월 11일에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당시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은 저의 오랜 꿈이자 목표"라며 "부상 회복 경과를 두고 깊이 고민해왔으나 최근 상당히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남은 한 달 최선을 다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던 박인비의 말은 사실 이달 초까지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하며 리우행 비행기에도 쓸쓸히 올라야 했다.

그러나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여자골프라는 '큰 무대'가 열리자 박인비는 달라졌다.

LPGA 투어 17승 가운데 7승을 메이저에서 따낼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 박인비다웠다.

개막에 앞서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기분을 한껏 끌어올린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만 1타 차 2위에 올랐을 뿐 2라운드부터 내내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채 '골프 여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올해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일부 외신에서는 '올림픽 이후 박인비가 은퇴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까지 있었으나 박인비는 보란 듯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나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