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육상 감독 "내가 아는 디니즈는 포기 대신 완주 택한다"

프랑스 경보 선수가 배탈이 나 경기 도중 변이 다리로 흘러내리는 낭패를 당했다.

딱한 사연의 주인공은 50㎞ 경보 세계기록(3시간32분33초) 보유자인 요한 디니즈(38)다.

디니즈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폰타우 비치코스에서 열린 경보 50㎞ 결승에 출전했다.

그는 세계기록 보유자답게 10㎞ 지점까지 선두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던 디니즈의 다리 뒷부분으로 갑자기 묽은 변이 흘러내렸다.

선두로 걷던 디니즈한테 벌어진 이 장면은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그는 결국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선수들이 그를 앞질렀다.

결국 디니즈는 얼마 뒤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하지만 몇 초 뒤 다시 일어나 경기를 이어나갔다.

디니즈는 이런 눈물 나는 경기를 펼친 끝에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세계기록을 세울 만큼 기량이 우수하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다리와 배 통증 때문에 기권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경기 도중 지정 구역 이외의 장소에서 물을 마셨다가 실격됐다.

파스칼 쉬라 프랑스 육상 대표팀 감독은 10㎞ 지점에서 디니즈가 복통에 시달리는 걸 전해 들었지만 그를 멈춰 세우지 않았다.

쉬라 감독은 20일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 인터뷰에서 "그의 생명이 위험한 게 아니라면 경기에 개입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당연히 경기를 멈추도록 하고 싶었지만, 내가 아는 디니즈라면 포기하는 대신 어떻게든 완주하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함께 출전했던 동료 세드릭 우세는 디니즈가 끔찍한 경험을 한 걸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

우세는 르 몽드를 통해 "(디니즈가 경기 중 변을 흘리는 걸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우리가 어떻게 훈련했는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경기를 멈춰야 할지, 계속 뛰게 놔둬야 할지 나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경기를 그만둬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지만, 디니즈는 3시간46분43초의 성적으로 완주했다.

80명의 출전선수 중 12명이 실격했고, 19명이 경기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니즈는 결승선을 통과했고,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디니즈에 갈채가 쏟아진다.

쉬라 감독은 "그는 정말 용감하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물론 더 높은 순위를 기대했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만한 결과를 낸 점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디니즈는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프랑스육상연맹(FFA)은 "디니즈는 열사병과 탈수증, 배탈 때문에 여러 차례 경기 중 혈변을 봤다"면서 "정밀 검진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올림픽 선수촌으로 이동해 휴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리우데자네이루·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이대호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