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 놓았던 자리에 금메달을 걸 수 있게 됐네요."

20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오혜리(28·춘천시청)가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랭킹 세계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꺾고 금메달을 따는 순간 어머니 심은자(57) 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태권도를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딴 70여 개의 각종 메달을 걸어 놓은 장식장 맨 위쪽 한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작년 장식장을 만들면서 비워 놓았던 곳에 이제 가장 빛나는 메달로 채워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날 오혜리의 강릉 집에서는 어머니를 비롯해 두 딸, 친척 등 10여 명이 조촐하게 응원전을 벌였다.

가족들은 1회전 점수를 빼앗겼을 때는 '오혜리'를 연호하고 힘찬 박수를 치며 힘을 불어넣었고 점수를 앞서갈 때도 두 손을 모으고 승리를 기원했다.

그러다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고, 끝내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심 씨는 "혜리야! 사랑한다.

이제 막 울고 싶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는 혜리가 브라질로 떠난 뒤 집에서 매일 정화수를 떠 놓고 딸의 승리를 빌었다.

그는 결승전에 앞서는 밝히지 않았던 경기 하루 전 꾼 꿈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4점 차로 혜리가 이긴 꿈을 꿨다"라고 말했다.

그 후 느낌이 매우 좋았고 불안하던 마음도 꿈을 꾸고 난 뒤 편했다.

어머니는 경기 하루 전 딸과 전화 통화에서 좋은 꿈을 얘기해줬다.

딸은 "엄마! 올림픽이니까, 축제니까 즐기세요.

"라며 엄마에게 되레 부담을 갖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귀국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도 같이 갈 계획"이라며 "혜리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도 해주고 매운 닭발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같이 응원한 친척 이한섭(56) 씨는 "혜리가 해낼 줄 알았다"라며 "대견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라고 함께 기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재미로 운동을 시작한 오혜리는 '체육관에 가지 말라'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 치고 이를 가장 큰 벌로 생각할 정도로 태권도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재미를 붙인 태권도를 관동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심 씨는 "혜리는 엄청나게 긍정적"이라며 "베이징과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도 가족에게 그렇게 힘들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혜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탈락하고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다쳐 출전을 못 했고 이번에 국가대표 맏언니로 출전했다.

"딸이 긍정적이어서 어려움 없이 나도 항상 즐거웠다.

딸은 나의 기쁨조"라고 심 씨는 말했다.

오혜리는 외할머니(80)에게 자주 안부 전화를 하고 동네 목욕탕을 가면 노인 2명의 등은 꼭 밀어 드리고 올 정도로 어르신 공경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혜리가 소속한 강원 춘천시청은 이날 호반체육관 내에서 최동용 춘천시장을 비롯한 시 직원, 태권도협회와 체육회 직원.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춘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 태권도팀 후배인 전서연 (27·여) 선수는 "언니가 몇 달 동안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을 텐데 그만큼 좋은 성적 거두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최동용 춘천시장은 "시청 소속으로 올림픽에 처음으로 나갔는데 금메달까지 따게 돼 시민은 물론 도민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실업팀 운영규정에 따라 오 선수에게 포상금 1천만 원 지급과 특별승급(호봉 인상)을 한다.

오혜리는 2014년 춘천시청에 입단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