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아쉽게 다시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태권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간)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58㎏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대훈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인 이번 리우 대회에서는 68㎏급으로 올려 출전해 2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대훈이 처음이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이대훈이 최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황경선(고양시청)이 3회 연속 67㎏급에서 메달을 거둔 바 있다.

황경선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동메달에 이어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이대훈은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일찌감치 세계 태권도계를 호령해왔다.

한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2011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같은 체급에서 우승해 월드 챔피언이 됐다.

이대훈은 2012년에 런던 올림픽에 앞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올림픽 준비차 58㎏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의 절반인 남녀 4체급씩, 8체급으로 나눠 기량을 겨룬다.

이대훈의 원래 체급은 63㎏급이었지만 올림픽에서는 58㎏급이나 68㎏급에 출전해야 했다.

이대훈은 런던 올림픽에서는 58㎏급을 택했다.

평소 3㎏ 정도 감량하고 63㎏급에 출전했던 이대훈은 이전보다 5㎏을 더 빼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섰다.

4년 전을 떠올릴 때마다 "살을 빼느라 너무 힘들어 아무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정도로 체중 감량의 고통이 컸다.

결국 이대훈은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우승자이자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에게 결승에서 져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우승했더라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이대훈은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3㎏급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이루는 등 이후에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2014년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 63㎏급 정상을 지켜 모두 대회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리우 대회에는 68㎏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할 작정으로 지난해부터는 월드그랑프리 대회 등에 꾸준히 이 체급에 출전해왔다.

58㎏급보다는 체격 조건이 더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도 올림픽 랭킹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경쟁력을 확인했다.

체계적인 체력 훈련까지 하면서 자신감을 더 쌓아 리우에서는 금메달 한풀이에 성공하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8강전에서 복병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8-11로 져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스무 살의 아부가우시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랭킹에서 세계 40위이지만 세계 2위 이대훈이 경계 대상으로 꼽아왔던 선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해 아쉽게 다시 금메달은 놓쳤지만 아부가우시가 결승까지 진출해 패자부활전 출전 기회가 왔다.

이대훈은 결국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1위 자우아드 아찹(벨기에)을 눌러 체급을 바꿔 올림픽 시상대에 2회 연속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