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경쟁자를 일으켜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다독이고, 자신도 뒤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미국의 육상선수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 '내측 인대 염좌' 등 크게 다친 채 남은 경기를 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AP통신은 2016 리우올림픽에 육상 여자 5,000m에 출전한 애비 다고스티노가 이 같은 부상을 이유로 이번 올림픽은 물론 이번 시즌을 통째로 접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당시 행동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고스티노는 "내가 이런 일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우리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올림픽 정신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고스티노는 당시 5,000m의 경기 3분의 1 정도를 남겨두고 니키 햄블린(뉴질랜드)에게 걸려 넘어졌다.

다고스티노는 곧 일어났지만, 자신을 넘어뜨린 햄블린이 트랙 위에서 일어나지 않자, 그를 격려해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다고스티노 본인의 무릎이 성하지 않았다.

다고스티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려 여러 번 리플레이를 봤지만 아직도 정확히 어떻게 넘어지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릎이 정말 달리기 힘들 정도로 상대가 이상했다"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4바퀴 반(약 1,800m)을 그런 상태로 달려 마침내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다고스티노는 햄블린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러나 더 걸을 수 없던 다고스티노는 결국 휠체어에 앉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경기감독관들은 두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도록 배려했지만, 다고스티노는 부상 때문에 출전할 수 없다.

대신 평생의 친구를 얻었다.

그는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자주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 계속 연락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며 "원래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지만 이렇게 알게 됐으니 절대 잊지 않는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