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비판에 나도 미안한 마음…올림픽 끝나 후련해"

"미안해 죽겠더라고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안타까운 낙차 사고를 당한 사이클 국가대표 박상훈(23·서울시청)은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마크 캐번디시(영국)에게 오히려 미안해했다.

박상훈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올림픽경륜장에서 열린 대회 트랙 사이클 옴니엄 포인트레이스 경기에서 낙차해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공들여 준비한 무대에서 돌발사고로 꿈을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고였다.

박상훈과 충돌을 일으킨 캐번디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캐번디시는 선두권 선수를 견제하려고 박상훈의 낙차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캐번디시는 옴니엄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자신 때문에 다친 박상훈을 언급하지 않아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사고 하루 뒤인 17일 리우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박상훈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는 경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다.

박상훈은 "카카오톡이 너무 많이 와서 밤새 답장하느라 힘들었다. 다 하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그만큼 박상훈은 사고로 많은 걱정을 받았다.

반대로 캐번디시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는 한국을 넘어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의 반응이었다.

박상훈은 "캐번디시를 욕하는 댓글이 너무 많아서 미안해 죽겠다. 욕이 조금이면 괜찮은데,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아서 당황했다"고 난처해 했다.

박상훈은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상훈은 캐번디시의 뒤쪽에서 달리고 있었다.

캐번디시는 트랙 위쪽으로 올라가 행렬 뒤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박상훈도 이어서 자리를 이동하려고 했다.

이때 캐번디시가 다시 박상훈 쪽으로 내려왔다.

캐번디시의 변칙적인 이동에 대처하지 못한 박상훈은 캐번디시의 자전거와 부딪혀 넘어졌다.

박상훈은 "캐번디시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내가 넘어져 있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는 "영국 선수가 잘못한 것도 있다. 원망도 했다. 그러나 제 잘못도 있다. 돌발상황이었지만 제가 그 선수의 주로를 예측 못 한 것도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런 마음을 풀 계기가 생겼다.

캐번디시가 박상훈에게 직접 사과전화를 한 것이다.

박상훈은 이날 선수촌 숙소에서 쉬다가 전화를 받았다.

캐번디시였다.

박상훈은 "'미안하다. 주로를 급변경한 잘못이 크다'라고 말하더라. 제가 듣기에 정말 미안해서 사과한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전화로도 부족해서 문자도 보내더라"라고 말했다.

캐번디시는 박상훈에게 "빨리 쾌차해서 다음 경기에 같이했으면 좋겠다. 올림픽에 출전했으니 좋은 선수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호주 유학 경험이 있어 영어에 능통한 박상훈은 캐번디시에게 '어제 위험한 경기였는데 큰 부상은 없어서 다행이다. 약 먹고 괜찮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박상훈은 "그 선수는 존경을 받는 선수인데 어제 일로 이미지가 하락했다. 사람들이 다시 그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의 커리어는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대인배 모습을 보였다.

그는 "캐번디시는 아마 메달을 따서 좋기도 한데 마음고생도 했을 것이다"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낙차로 완주하지 못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는 "힘을 비축하다가 막판 역전을 노려서 10위 안에 들겠다고 조호성 감독님과 약속했는데, 그걸 못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박상훈은 긍정적이다.

그는 "낙차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성격이 좋은 건지, 어쨌든 끝나니까 기분이 좋다. 털어버렸다는 느낌이다"라고 리우올림픽 도전을 마감하는 소감을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