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약한 곳만 집중 공략…한국은 익숙한 팀이라 '안심'

8강에서 만난 네덜란드는 1세트부터 우리의 약한 고리를 집중하여 공격했다.

대부분 서브가 레프트 박정아(IBK기업은행)에게 향했다.

리시브가 불안하다는 약점을 노린 공략이었다.

한국을 상대한 다른 나라 팀들과 다른 전략이었다.

이들은 주득점원의 발을 묶고자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에게 '목적타 서브'를 주로 보냈다.

네덜란드는 필살기를 들고 나왔다.

올림픽 직전 연습경기 두 번을 포함해 3번 맞붙은 네덜란드는 한국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한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세트 스코어 1-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했다.

결정적인 패인은 서브 리시브였다.

세계 최고 공격수 김연경의 눈물겨운 투혼도 불안한 서브 리시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김연경의 레프트 파트너인 박정아가 서브 공세의 표적이 됐다.

이정철 감독에게 대비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조별예선 최종전인 카메룬전이 끝난 뒤 박정아와 이재영(흥국생명)의 리시브 불안을 보완하는 복안을 소개했다.

두 선수가 후위로 빠졌을 때 리베로 김해란(KGC인삼공사)의 리시브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었다.

두 선수의 서브 리시브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이었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8강전을 앞두고 포매이션 연습에 매진했다.

박정아와 이재영의 리시브가 불안하지만 두 선수 말고 마땅한 공격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박정아의 서브 리시브는 예상보다 훨씬 더 흔들렸다.

김해란은 박정아를 도와주려다 정작 자신의 스텝까지 꼬였다.

선수 인생에서 거의 최악의 졸작을 보인 김해란은 8강전이 끝나고서 자책감에 펑펑 울었다.

리시브 불안 속에 세터로 정확하게 향하는 볼은 거의 없었다.

힘겹게 건져 올린 공은 여지없이 김연경에게만 갔다.

가장 믿는 선수가 김연경이라지만 너무 편중됐다.

김연경이 네덜란드 블로커들에게 훤히 보이는 오픈 공격만으로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점을 올린 것은 거의 경이적인 기록이다.

한국은 8강 상대로 세르비아가 아닌 네덜란드를 만나길 바랐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대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 여자 예선 2차전에서 네덜란드를 세트 스코어 3-0(29-27 25-23 25-21)으로 완파한 자신감도 있었다.

한국은 이후 올림픽 직전 네덜란드 전지훈련에서 두 차례 연습게임(1승 1패)도 소화했다.

한국이 잊은 것은 네덜란드가 우리 전력을 현미경처럼 파악했다는 점이었다.

네덜란드의 지오반니 구이데티 감독은 터키 리그 바키프방크 사령탑이다.

바키프방크는 김연경의 소속팀인 페네르바체와 숙명의 라이벌이다.

구이데티 감독은 리베로 못지않은 수비 능력을 갖춘 김연경의 진가를 누구보다 잘 안다.

구이데티 감독은 8강전에서 김연경 대신 대표팀에서 리시브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에게만 서브를 몰아넣도록 지시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한국은 박정아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자, 이재영을 대신 투입하고, 다시 이재영이 불안하자 박정아를 집어넣는 등 도돌이표 선수 교체만 반복하다 결국 패했다.

네덜란드의 '지피지기 백전백승' 전술 앞에서 맥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