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고 4년간 닦은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여기에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선수의 감동 이야기가 관중의 박수를 부른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는 좀처럼 찾기 힘들지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이 둘을 모두 갖춘 10대 소녀가 인간 동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계체조에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걸며 대회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이 올림픽 개막 특집호 표지모델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 대신 택했던 검은 피부에 신장 145㎝인 19살 시몬 바일스(미국)가 바로 주인공이다.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 출신인 바일스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와도 떨어져 외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특히 외할아버지와 재혼한 사이였던 외할머니는 바일스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를 거둬들였다.

외할아버지가 막냇동생만 입양하려 했을 때 바일스까지 키우겠다고 얘기한 것이 외할머니였다.

바일스는 외조부모를 '엄마', '아빠'라 부르며 자랐다.

외할머니는 "바일스가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강했다"면서 "어머니가 돌봐줄 수 없었던 만큼 집에서 '어린 어른'같이 행동했다"고 말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5살부터 체조의 매력에 푹 빠진 바일스는 13살 때부터 학교에 가는 대신 자택학습을 선택, 1주일에 32시간씩 체조 훈련에 매진했다.

양로원을 운영하면서 형편이 나아진 외조부모는 바일스에게 집 근처에 체육관을 마련해주는 등 지원했고, 바일스는 하루도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바일스는 2013년 흑인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선수도 바일스가 처음이었다.

바일스는 불과 3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0개를 수집하며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금메달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올해 6월 전미 선수권대회에서는 42년 만에 대회 4연패를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10일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개인종합, 도마 등에서 파죽지세로 금메달 행진을 벌이다 평균대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바일스는 16일(한국시간) 기계체조 마지막 날 마루 결선에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관중들은 바일스의 연기에 열광하며 새로운 '체조 여제'를 축하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