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자꾸….”

맏언니 오영란(44·인천시청)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기만 했다.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문 그는 자꾸 시선을 피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퓨처 아레나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예선탈락이 이미 확정된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말없이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28-22.아르헨티나 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무력화한 승리의 기쁨보다 ‘유종의 미’를 거둔 안도감이 더 강했을 것이다.

경기를 주도한 우선희(38·삼척시청)는 “누가 한 명이라도 울면 다 따라 울 것 같아서 울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하지만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수문장 오영란은 “꿈이었으면 좋겠다,오늘 경기가 첫 경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생순’의 마지막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다.1승1무3패의 성적표를 받아둔 한국팀은 B조 5위로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됐다.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첫 4강 진출 실패다.

오영란은 ”유럽팀들이 덩치와 힘으로 밀어부치는 데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며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199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오영란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까지 네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거기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은 그는 임영철 감독의 간곡한 요청으로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하지만 더 이상의 올림픽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마지막 올림픽은 외롭지 않았다.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됐음에도 SK그룹 관계자와 협회,전국시도지사 체육회 임직원 등 10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응원만큼은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허병서 강원도체육회 사업운영위원장은 “탈락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며“응원이든,경기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스포츠”라고 말했다.브라질 한류팬 200여명도 응원에 힘을 보탰다.

눈물을 훔친 오영란은 희망을 이야기 했다.

“우생순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일궈냈는데,앞으로도 못할 이유가 없어요.이제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그 바통을 이어가야죠.진짜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연습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오영란과 우선희 등 한국 대표팀 13명은 아르헨티나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이튿날인 15일 귀국길에 올랐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