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탈락 현재 10명 중 6명 노메달로 대회마감
페어플레이 후 "박수받을 줄이야·챔프와 겨루다니" 만족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난민팀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서 꿈의 무대를 밟은 지 열흘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이들 선수는 한 명도 입상권에 들지 못했지만 다른 어떤 나라 대표들보다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펼쳐 결과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의 진지한 경기 태도나 솔직한 발언이 올림픽 출전의 의미, 선수가 지향할 가치를 떠올리게 하면서 본래 올림픽 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난민팀 선수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경기를 치렀으며, 이 가운데 메달을 딴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난민팀은 남수단 출신 육상선수 5명,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유도 선수 2명, 시리아 출신 수영선수 2명, 에티오피아 출신 육상선수 1명 등 총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 "꿈인가.

난민인 내가 주인공이라니"
난민팀 선수 가운데 시리아에서 온 수영선수 라미 아니스(25)는 남자 접영 100m 예선에서 40위, 자유형 100m에서는 56위를 기록했다.

그는 자유형 예선에 조 6위로 터치패드를 찍은 뒤 자신을 향해 쏟아진 관중의 박수갈채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한 모양이다.

아니스는 "난민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이런 경기에서 스타가 되는 게 멋지다"고 말했다.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러 결선에 나서지 못한 아니스는 "이런 대회는 꿈"이라며 "나는 이 꿈에서 너무 빨리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고무보트 악몽 딛고 조1위 황홀경
역시 시리아 출신인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18)는 여자 접영 100m 예선과 자유형 100m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를 떠나 직접 고무보트를 밀면서 세 시간 동안 지중해를 헤엄쳤던 소녀는 낮은 성적에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마르디니는 접영 100m에서 전체로는 41위에 그쳤지만 조 1위로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황홀경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는데 그런 경이로운 순간이 올지는 몰랐다"며 "저 많은 챔피언이 헤엄치는 같은 물에서 경쟁한다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 한판패 당했지만 세계챔프와 맞대결 영광
유도에 출전한 민주콩고 출신 포폴레 미셍가(24)는 난민팀의 첫 승리를 안긴 선수다.

미셍가는 남자 90㎏급 두 번째 경기이던 16강전에서 한국의 곽동한을 만나 패배했다.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곽동한의 안아조르기를 벗어나지 못해 한판패를 당하고 말았지만 경기 후 관중은 그의 이름 '포폴레'를 큰 소리로 연호했다.

경기 중반까지 지도를 똑같이 받으며 접전을 이어가다가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떠안은 패배였으나 미셍가의 얼굴은 환했다.

미셍가는 "세계 챔피언과 자웅을 겨룬 게 영광이었다"고 대회를 마감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9살 때 내전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숲 속에서 생활하다가 구조된 아픔이 있는 난민이다.

◇ 악몽 잊으려 도복 입었다가 올림픽까지
같은 민주콩고 출신인 욜란데 마비카(28)는 여자 -70㎏급 첫 경기에서 이스라엘의 린다 볼더에게 무릎을 꿇었다.

마비카에게 유도는 직업이 아니라 내전, 피란, 가족과의 이별, 고아 생활에서 온 트라우마를 치유할 숨구멍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달아나다가 가족과 헤어졌고 혼자 헤매다가 구호 헬리콥터에 실려 도시에 있는 어린이 캠프로 이송됐다.

마비카는 "유도는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주는 도구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족과 헤어져 울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잘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유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비카는 패배 직후에도 "경기에 지기는 했지만, 올림픽에 나올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사상 첫 난민팀 선수 입상 이뤄질까
육상에서는 남수단에서 온 이에크 퍼 비엘(21)은 남자 육상 800m 예선경기에서, 제임스 니앙 치엥지엑(24)은 400m 예선에서 각각 조 꼴찌로 탈락했다.

남수단 안젤리나 나다이 로할리스(23·여)는 여자 1,500m 예선에서 탈락했다.

육상선수 3명은 아직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역시 남수단 출신인 파울루 아모툰 로코로(24)는 16일 남자 육상 1,500m 경기를 앞두고 있다.

로코로는 "내 꿈은 기록을 깨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날에는 남수단 출신이자 난민팀 개회식 기수를 맡았던 로즈 나티케 로콘옌(21·여)이 여자 육상 800m 경기를 치른다.

에티오피아 출신 요나스 킨데(36)는 21일 마라톤에 출전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