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6년 만에 노골드…전략·분석 '실패'

'효자 종목'이라는 호칭이 퇴색했다.

'금빛 포효'는 사라지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나는 선수들의 무거운 걸음만 남았다.

세계 최강전력을 과시하던 한국 유도가 은메달만 따도 환호하던 1970년대로 회귀했다.

서정복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녀 유도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막을 내린 2016 리우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노골드'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금빛 희망'을 품고 나선 대표팀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의 성적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2·동3) 이후 16년 만에 '노골드 사태'를 초래했다.

이번 대회를 앞둔 대표팀의 목표는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이었다.

남자부에서만 세계랭킹 1위 선수가 4명이나 포진해서다.

김원진(양주시청·60㎏급)·안바울(남양주시청·66㎏급)·안창림(수원시청·73㎏급)·곽동한(하이원·90㎏급)은 모두 체급별 1위로 리우 무대에 나서 금메달 목표를 완성할 '어벤저스'로 불렸다.

막상 올림픽의 뚜껑이 열리자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1984년 LA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마지막 '노골드' 대회였던 2000년 시드니 대회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리우 올림픽에 12명(남자 7명·여자 5명)이 나선 한국 유도는 남자부 4체급에서 세계랭킹 1위 선수를 보유하며 전체급 메달의 '장밋빛 꿈'을 꿨다.

서정복 총감독은 지난 6월 미디어데이 행사 때 "남자는 전체급 메달이 가능한 상태다.

남녀 대표팀을 합쳐 2~3개의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확보하려면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일본을 꺾어야 한다.

일본 선수들은 이기는 기술을 잘 구사하는 데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일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이길 수 있는 전술과 전법을 마련했다"며 '극일'을 금메달 해법으로 내놨다.

코칭스태프의 전략은 공염불이 됐다.

대표팀은 초반 대진에서 일본을 피하기 위해 세계랭킹을 높여 좋은 시드를 받고자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은 오픈 대회와 월드컵 대회에 자주 출전, 좋은 성적을 쌓은 선수들의 랭킹은 쑥쑥 높아졌다.

남자 선수 가운데 남자 100㎏ 이상급 김성민(양주시청)을 빼면 모두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는 터라 '국제 경험'과 랭킹 포인트를 함께 쌓는 효과를 노렸다.

덕분에 대표팀은 리우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김원진, 안바울, 안창림, 곽동한이 체급별 랭킹 1위라는 훈장을 달고 출전할 수 있었다.

반면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남자부 노골드' 참사를 경험한 일본은 주요 국제대회에만 선수를 내보냈다.

전력 노출과 부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결국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유도에서만 금메달 3개(남자 2·여자1), 은메달 1개(남자1), 동메달 8개(남4·여 4개)를 따내 종주국 자존심을 되살렸다.

하지만 한국이 노렸던 '일본 타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남녀 12명 선수 가운데 일본 선수와 맞붙은 선수는 안바울이 유일했다.

일본 선수와 대결하려면 최소 4강 이상 올라야 했지만, 준결승까지 진출한 선수는 여자 48㎏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안산시청), 남자 66㎏급 은메달리스트 안바울, 남자 90㎏급 동메달리스트 곽동한 등 3명밖에 없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8~16강 탈락에 머물렀다.

일본 선수에게만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체력을 앞세운 유럽권 선수들에 대한 분석은 '깜깜'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의 씨앗이 됐다.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며 약점만 노출한 셈이다.

전략 부재에 전력 노출까지 감수한 코칭스태프의 패착이 '노골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 총감독은 4년 전 런던 대회에서는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노메달'에 그친 바 있다.

더불어 리우올림픽 준비를 앞두고 코칭스태프 구성에 잡음이 많았던 것 역시 대표팀 부진에 한몫했다.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 유도는 조인철 남자 대표팀 감독, 서정복 여자 대표팀 감독 체제로 리우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조 감독이 훈련비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지난해 12월 검찰로부터 '횡령 무혐의' 처분을 받고 대표팀에 복귀하려 했지만 대한체육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결국 대한유도회는 서정복 총감독 체제에 최민호 코치와 송대남 코치가 남자 대표팀을 맡고, 이원희 코치와 김미란 코치가 여자 대표팀을 지도하도록 했다.

유도회는 남자 대표팀 지도자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지난 7월초 뒤늦게 중량급 출신의 김영훈 코치를 합류시켰지만 올림픽 AD 카드를 받지 못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 못 하는 황당한 상황을 초래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