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쓰고, 긴소매 상·하의를 입은 카미야 유수프(20·아프가니스탄)와 카리먼 아불야다엘(22·사우디아라비아)은 출발부터 처졌다.

현대 육상은 더 가볍고, 얇은 소재로 유니폼을 만들어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히잡을 쓰고, 긴소매 상의와 하의를 입어야 하는 이슬람 국가 스프린터들은 온몸으로 공기 저항과 싸웠다.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자격 예선에서 두 명의 '히잡 쓴 스프린터'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올림픽은 기준 기록을 통과해야 출전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부 국가에 '출전권'을 배정하고 이들을 모아 자격 예선을 펼친다.

리우올림픽 여자 100m 기준 기록은 11초32이다.

자격 예선 1조 6레인에 들어선 유수프는 검은 히잡으로 머리를 감싸고, 검은 상·하의로 팔다리를 가렸다.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과 뛰면서도 초반부터 뒤로 처졌고, 결국 14초02로 가장 마지막(8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14초02는 아프가니스탄 여자 100m 신기록이었다.

3조에서도 히잡과 긴 소매 상·하위를 입고 나온 선수가 있었다.

아불야다엘은 유수프보다 더 느린 14초61을 기록했다.

아불야다엘의 기록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100m 신기록이었다.

14초대 기록은 단거리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에서도 여자 초등학교 예선전에서나 나오는 기록이다.

육상 저변이 넓지 않은 국가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불리한 복장'을 입고 트랙에 나서니 기록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히잡과 긴소매 상·하의는 100m에서 기록에 1.5초 이상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격 예선에서 가장 느리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14초70을 기록한 카리테크 츠와키(키르기스스탄)이었다.

츠와키는 히잡을 쓰지 않았고, 반소매 유니폼을 입었다.

츠와키의 저조한 기록은 '실력' 탓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