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네덜란드 국가대표 아델라인데 코넬리센(37)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코넬리센은 이번 대회에 19세 거세마 파르치팔과 함께 출전했다.

그러나 12일(한국시간) 마장마술 경기가 끝났을 때 코넬리센과 파르치팔의 이름은 출전 선수 60명 가운데 맨 마지막에 기권 선수라고 표기돼 있었다.

코넬리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권하기까지의 고민을 털어놨다.

여성 기수인 코넬리센은 페이스북에 "리우에 도착한 첫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며 "비행도 순조로웠고 음식, 연습도 다 좋았으며 파르치팔의 컨디션도 훌륭했다"고 썼다.

그러나 경기 이틀 전 새벽에 예상치 못한 불행이 코넬리센과 파르치팔에게 닥쳤다.

새벽 6시 코넬리센이 파르치팔을 만났을 때 파르치팔은 오른쪽 머리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오른 채 벽을 향해 발길질하고 있었다.

파르치팔은 체온이 40도를 넘은 채 고통스러워했다.

네덜란드 승마 대표팀은 파르치팔의 상태를 점검한 결과 곤충이나 거미 또는 동물에 물려 독성이 몸 안에 퍼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성을 빼내기 위해 온종일 수분을 공급한 결과 말의 신장에서 독성이 거의 제거됐다.

체온은 오후 3시 30분경에 38.4도까지 내려갔고 엑스레이와 혈액 검사 등 말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국제승마협회(FEI)에 네덜란드 대표팀 내에서 출전 순서를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마장마술 경기는 이틀에 걸쳐 열리는데 첫날인 10일 경기가 예정된 파르치팔의 순서를 11일 다른 네덜란드 선수와 맞바꾸면 하루의 회복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FEI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코넬리센은 장고에 들어갔다.

그는 '파르치팔의 건강은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기권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우리 팀은 단체전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코넬리센은 거의 매시간 파르치팔의 상태를 점검했고 기수와 말이 모두 잠을 못 이루는 상황이 됐다.

기수의 정성 어린 간호로 말도 무엇인가에 물리기 전의 상태를 회복했다.

파르치팔은 체온이나 머리의 부기가 정상으로 돌아갔고 먹고 마시는 것도 평소와 다름이 없어졌다.

말은 기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하루 만에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다.

결국, 코넬리센은 FEI와 함께 말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FEI의 베테랑 검사관이 와서 파르치팔을 살펴본 결과 대회 출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코넬리센은 '나의 말 파르치팔은 파이터처럼 다시 건강을 회복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글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기권한 것은 나였다. 영원한 친구인 그가 일생을 바쳐 나에게 헌신한 것에 비하면 올림픽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끝내 올림픽 무대에 서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