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과 타티야나 코셸레바(28·터키 엑사비사시)의 자존심 대결은 뜨거웠다.

김연경과 코셸레바는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A조 2차전에서 맞수로 만났다.

김연경과 코셸레바는 각각 한국과 러시아의 공격을 주도하는 주포로 나섰다.

키 192㎝ 김연경과 191㎝인 코셸레바는 중국의 주팅과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힌다.

기록상으로 이날 김연경은 20득점, 코셸레바는 22득점을 올렸다.

경기는 세트 스코어 1-3(23-25 25-23 23-25 25-14)으로 한국이 졌다.

경기 후 김연경은 고개를 숙였고, 코셸레바가 웃었다.

이런 결과만으로는 김연경의 활약을 결론 내릴 수는 없는 경기였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은 러시아에 통산 7승 44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 있었다.

세계랭킹도 러시아가 4위, 한국은 9위다.

한국이 진 게 이상할 게 없는 전력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러시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아깝게 졌다.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집중 견제 탓에 스파이크 성공률은 15.56%에 불과했지만, 밀리는 상황에서도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천금 같은 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1세트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공격수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스파이크를 블로킹해 11-9로 앞서는 득점을 올렸다.

22-24로 세트포인트를 내준 상황에서도 추격의 득점(23-24)을 냈다.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에는 5-5에서 역전을 이루는 서브에이스를 찔러 넣으며 꺼지지 않은 의지를 보여줬다.

코셸레바는 김연경을 향해 6-7로 다시 뒤집는 스파이크를 날리는 등 라이벌전 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연경은 2세트 5득점을 올리며
3세트에는 추격하는 상황에서 20-20, 21-21 동점을 만드는 득점을 만들며 끝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3세트도 러시아에 빼앗기고 말았다.

4세트에는 김연경의 공격·수비가 지쳐갔지만, 코셸레바는 쟁쟁한 동료 덕에 비축했던 힘을 폭발했다.

두 에이스의 희비는 그렇게 갈렸다.

김연경은 끝까지 박수를 치며 동료를 격려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