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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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가 믿었던 금메달 후보들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리우올림픽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소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잡았다.

유력한 후보는 남자 73㎏급 안창림(수원시청)과 90㎏급 곽동한(하이원)이었다.

하지만 이번 목표는 말 그대로 '겸손한 최소'였다.

남자 7체급 가운데 세계랭킹 1위 선수가 4명이나 되고, 여자 57㎏급의 김잔디(양주시청)도 랭킹 2위여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은 가볍게 따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남자 60㎏급 김원진(양주시청),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 73㎏급 안창림, 90㎏급 곽동한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나란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해 '어벤저스'라는 별명을 들으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서정복 총감독도 리우 올림픽에 앞서 열린 유도 미디어데이에서도 "남자는 전 체급 메달이 가능한 상태다.

남녀 대표팀을 합쳐 2~3개의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선수는 많지만 국제대회에 많이 참가해 랭킹 포인트를 쌓아서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종주국 일본 남자 선수들은 세계랭킹 1위 선수가 아무도 없다.

작은 규모 대회는 출전하지 않고 부상을 우려해 주요 대회만 참가해서다.

결국 믿었던 남자부 선수들의 '금빛 꿈'이 대회 초반 잇달아 조각났다.

개막 첫날 남자 60㎏급에 나선 김원진은 8강 탈락 뒤 패자부활전에서도 패하며 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튿날 66㎏급에 출전한 안바울도 결승까지 순항했지만 세계랭킹 26위인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에게 업어떨어뜨리기 한판패를 당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힌 안창림은 9일(한국시간) 치러진 남자 73㎏급 16강전에서 절반패로 물러났다.

여자부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첫날 여자부 48㎏급에 나선 정보경(안산시청)이 선전을 펼쳐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며 순항했지만 가장 믿었던 김잔디가 9일 치러진 여자 57㎏급 16강전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김잔디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0년 간 끊어진 여자부 금메달의 명맥을 이을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너무 큰 부담감이 오히려 독이 됐다.

조준호 MBC 유도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느껴 긴장했던 것 같다"며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고 탈락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은 워낙 변수가 많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며 "안창림은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유도 경기 개막 사흘째를 맞아 한국이 따낸 성과는 은메달 2개다.

이제 남자 4개 체급(81㎏급·90㎏급·100㎏급·100㎏ 이상급)과 여자 3체급(63㎏급·70㎏급·78㎏ 이상급) 경기가 남았다.

남은 체급 중 남자 90㎏급의 곽동한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 중에서도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송대남처럼 '깜짝 금메달'이 딸 수 도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초반 사흘 동안 금메달 생산을 하지 못하다가 남자 81㎏급 김재범과 90㎏급 송대남이 잇달아 '금빛 포효'를 외치며 경기장에 애국가를 울렸다.

한국 유도는 남은 체급에서 '믿을맨' 곽동한을 필두로 '제2의 송대남'이 나와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