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리우 인물] '탁구' 정영식 아름다운 패배
별명이 ‘태릉 연습벌레’다.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사진)은 태릉선수촌 탁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불을 켰고, 가장 늦게 나오며 불을 껐다. 지독하게 노력한 정영식은 그렇게 생애 첫 올림픽을 준비했다. 9일(한국시간) 열린 남자탁구 단식 16강전에 출전한 정영식의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마룽(중국)이었다. 세계랭킹 12위 정영식은 자신있었다. 최근 한 달 동안 마룽의 경기 영상을 보며 집중 분석했다. 두 선수는 명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2-4로 정영식의 역전패.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마룽은 탁구계 ‘절대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상대로 정영식은 1세트를 11-6, 2세트를 12-10으로 내리 따냈다.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3세트부터 마룽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3세트를 3-11로 내줬고, 4세트에선 1-11로 졌다.

정영식도 가만있지 않았다. 5세트에서 7-5로 앞서나갔고, 11-10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내리 3점을 내줘 11-13으로 세트를 잃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6세트에선 10-7까지 앞서나갔다. 1점만 보태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마룽은 3연속 득점하며 정영식을 따라잡았다. 정영식은 결국 11-13으로 패했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맹활약이었다. 하지만 정영식은 승리를 원했다. 경기 후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그는 울었다. 이철승 코치가 “괜찮다”며 등을 두드렸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유남규, 유승민에 이어 남자 단식 금메달 계보를 잇고 싶었던 그다. 정영식은 경기 후 “또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라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끝은 아니다. 정영식에게 혼쭐이 난 마룽은 “까다로운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정영식의 잠재력이 크고 앞으로 중국을 위협할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탁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연습벌레 정영식의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한층 더 강한 선수가 돼 마룽 앞에 설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