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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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실력이고 핑계죠. 이겨냈어야 하는데, 변명밖에 안 되죠."
안바울(남양주시청)이 '금빛 사냥'에 실패한 직후 생긴 충격에서 벗어난 듯한 발언이다.

결승 패배 후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10여 분이 흐른 뒤 열린 시상식에서 목에 은메달을 걸고 만난 안바울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안바울은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져서 허탈했다"며 "(상대 선수의) 기술이 제대로 걸려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계랭킹 1위 안바울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유도 66㎏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6위' 파비오 바실(이탈리아)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업어떨어뜨리기에 허를 찔렸기 때문이다.

안바울은 "다 실력"이라면서 "다음에 내가 더 노력해서 그 선수를 이기겠다"며 미소 지었다.

가족 얘기가 나오자 잠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항상 응원해주신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며 "4년 뒤 도쿄올림픽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져서 속상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며 "올림픽은 축제이지 않으냐. 즐기려고 마음먹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4강에서는 역대 전적 2연패를 안긴 '천적'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세계랭킹 6위)를 눌렀다.

안바울은 "최민호 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신 게 진짜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그 선수와 나 모두 기술이 좋지만 잡기 부분은 내가 달렸는데, 잡기를 다르게 하니 경기 운영이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에비누마와 대결하면서 왼쪽 팔꿈치를 다친 것은 악재였다.

인터뷰 도중에도 왼쪽 팔꿈치를 움켜쥐었다.

안바울은 "결승에서 (팔꿈치를)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쓰이긴 했다"며 "왼쪽 업어치기를 해야 하는데 팔꿈치를 다쳐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곧바로 평정을 되찾은 듯 "다 핑계죠. 어떻게 보면 변명밖에 안 되죠. 이겨냈어야 하는데"라며 다시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도쿄올림픽에도 나가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내가 운동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