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드로무 경기장의 '도깨비 바람'도 태극 여궁사들의 금메달 집념을 막지 못했다.

장혜진(LH)-최미선(광주여대)-기보배(광주시청)로 이뤄진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바람이라는 변수를 넘어 대회 8연패를 이뤘다.

남자 단체전이 열렸던 전날은 바람이 잠잠했지만, 이날은 선수들의 머리카락과 유니폼이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이 수시로 보일 정도였다.

대표팀이 대회 개막 전 연습시 토너먼트 경기장의 풍속은 0.5m/s를 넘지 않았지만, 이날은 1.5m/s 정도까지 불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나 세기를 종잡을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16강을 건너뛰고 8강에 직행한 한국은 일본과의 8강 1세트 첫경기에서 장혜진과 최미선의 화살이 비슷한 위치의 8점 과녁에 꽂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1세트를 54-54로 비기며 선방한 한국은 2세트 일본이 7점과 8점을 쏘며 무너질 때 9, 10점을 안정적으로 쏘며 승기를 잡았다.

올림픽 결승에서 3회 연속 한국과 맞붙었던 중국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리아와의 8강 2세트 48-49 등의 경기를 펼친 끝에 무너졌지만, 태극궁사들의 승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대만과의 4강전 1세트에서는 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며 실력을 과시했다.

같은 세트 일본은 10점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결승에서는 3세트에서 8점 4발을 쏘면서 흔들렸지만 러시아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7점을 쏘면서 무너져 51-51을 기록, 세트점수 5-1로 금메달을 결정지었다.

기보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8강, 준결승 때보다 결승 때 바람 많이 불어 당황스러웠다"면서 "선수들이 자기 몫을 다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바람이 많은 상황에서 첫주자로 쏘면서 부담이 되긴 했다"면서 "자신있는 모습으로 뒷 선수들에 확신을 주려 했다"고 돌아봤다.

양창훈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은 "아침에 경기장에 나오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면서 "오히려 바람이 불면 우리가 더 정교한 만큼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만전 1세트에서 60점을 쏜 것은 선수들의 집중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8강에서 한국과 만났던 김청태 일본 감독은 "연습장소는 바람이 너무 불어 훈련을 못할 정도였다"면서 "바람이 계속 불면 일본에 운이 따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