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점 과녁을 향해!” >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7일 삼보드로무경기장에서 김우진이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 “10점 과녁을 향해!” >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7일 삼보드로무경기장에서 김우진이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신기록이라 해도 예선전일 뿐입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겠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양궁 대표팀 김우진(24·청주시청)은 지난 5일(한국시간) 예선전에서 72발 합계 700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이렇게 말했다. 김우진은 “본선에 더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욕심과 자만, 집착, 부담감 등이 성적 부진의 요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김우진은 이틀 뒤인 7일 리우 삼보드로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었다. 김우진과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 등 ‘1990년대생 삼총사’는 모두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이들은 미국팀을 세트점수 6-0으로 완파하며 런던올림픽 4강전 패배를 설욕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팀 3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김우진은 이후 찾아온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일어난 선수다.

◆“더이상 슬럼프는 없다”

김우진은 숫자 ‘4’를 싫어한다. 화살에 숫자를 매길 때도 4는 쓰지 않는다. 2012년부터 생긴 징크스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올림픽 후보선수 4명에 이름을 올린 그는 마지막 관문이던 세계양궁연맹(WA) 터키 안탈리아월드컵 성적에서 밀려 국가대표 최종 3인에 들지 못했다.

김우진은 “4등으로 탈락한 뒤 슬럼프가 찾아왔다”며 “전국체전에서 60명 중 55등을 기록하는 등 다시는 대표선수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결심한 계기는 또다시 묵묵히 도전해나가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다시 활을 잡은 그는 탈락 요인으로 지목된 감정 조절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랭킹 1위로 복귀했고 태극마크도 달았다.

함께 단체전에 나선 구본찬 이승윤과의 호흡도 찰떡이었다. 이들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어린 선수들이 긴장감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결승전 시작부터 잠재웠다. 1세트부터 6발 모두 10점 과녁에 맞추며 미국팀의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한 세트도 미국팀에 내주지 않고 금메달을 가져왔다.

◆만원 관중 앞에서 강심장·집중력 훈련

미국 대표팀의 브래디 엘리슨과 제이슨 커민스키는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여기에 ‘젊은피’ 잭 가헤트가 합류했다. “경험과 패기가 어우러진 역대 최고팀”이라는 게 자체 평가였다.

하지만 한국팀은 한 수 위였다. 28-27로 한국이 1점 앞선 상황에서 미국이 3발 모두 10점에 꽂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3발 모두 10점으로 응수하며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오히려 3세트 막판 미국의 간판 엘리슨이 8점을 맞추자 이를 놓치지 않고 점수 차를 벌렸다. 3세트는 3점 차(59-56) 승리였다.

한국팀의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과 집중력은 타고난 게 아니라 치밀한 훈련의 결과였다.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 삼보드로무와 똑같은 형태의 모의 경기장을 마련해 훈련했다.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뇌파 훈련과 심리 상담도 했다. 소음과 조명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난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원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활시위를 당겼다.

김우진은 “특히 야구장 훈련 때 경험한 압박감이 결승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오는 13일 남자 개인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