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심리적 타격…승리·판정 하나하나에 '정치적 시선"
일부 선수는 피해의식에 오기 발동…경기력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


전 세계 운동선수들이 평생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앞두고 결연한 마음으로 막바지 훈련에 임하고 있지만, 당장 출전 여부부터 불투명한 러시아 선수들은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과연 최상의 컨디션으로 메달을 노릴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컨디션이 정점이더라도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는 러시아 선수들이 과연 입상권에 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사이클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31일 경기를 치를 수는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이후 하염없이 대기 중이다.

러시아사이클연맹 대변인인 야나 판필로비치는 "물론 이 상태는 모든 선수에게 심리적 타격을 준다"며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국가 차원의 조직적 도핑 파문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종목별 경기단체의 판단에 맡겼고 여러 종목에서 러시아는 출전을 거부당했다.

러시아 올림픽위원회가 파견하기로 했던 규모의 3분의 2 수준인 260명가량만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이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러시아로서는 또 다른 난관이다.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이 훈련에 박차를 가할 때 불투명한 출전 여부로 마음을 졸여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을 수 있고, 실제 경기 중에도 러시아 선수들을 향한 시선과 싸워야 한다.

러시아는 도핑 파문과 올림픽 출전 금지를 '서방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사이트 '스포트익스프레스'의 에디터인 올레그 샤모나에프는 "모든 러시아 선수의 승리 하나하나에, 모든 판정오류 하나하나에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시선이 향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성적은 결국 끝도 없는 도핑 전쟁에 우리가 얼마나 지쳤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포트익스프레스는 러시아가 금메달 11∼17개를 포함한 메달 35∼57개를 딸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 24개를 비롯한 메달 82개를 땄던 것보다 훨씬 낮은 성적이 된다.

예상 범위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이루더라도 순위는 런던 올림픽의 종합 4위보다 1∼2계단 낮아질 수 있다.

러시아는 수영 싱크로나이즈드, 체조, 펜싱, 레슬링, 배구 등 종목에서 메달을 희망하고 있다.

리우에서 5번째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배구 스타 세르게이 테튜힌은 이번 주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그들(출전이 금지된 선수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어려울 때 러시아인들은 더 가까워지고 단합하며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정심을 해칠 수 있는 피해의식이나 오기가 테튜힌의 주장대로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