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철. 연합뉴스
유원철. 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평행봉 은메달리스트

'과욕은 금물'이라는 걸 알만한 나이가 돼서일까.

한국 기계체조 대표팀의 '맏형' 유원철(32·경남체육회)의 올림픽 각오는 소박하고 담담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올림픽 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유원철을 만났다.

유원철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다.

유원철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인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평행봉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2년 발목 부상으로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20대 후반에 은퇴하는 게 거의 관례처럼 굳어져 있던 때였다.

다들 은퇴해야 하는 나이라고 하니 은퇴했다.

자신이 수긍한 은퇴는 아니었다.

지난해 그에게는 다시 기회가 왔다.

윤창선 기계체조 대표팀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8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는데, 양학선이 빠진 대표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만한 선수로 유원철만 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원철은 주저 없이 나섰다.

30대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원철이 버팀목이 된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7위를 차지하며 리우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유원철은 올해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1~2차 선발전에서 3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가 됐다.

'아빠 선수'도 유원철이 유일하다.

유원철은 이제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는다.

그는 소감을 묻자 "그냥 담담하다"고 짧게 말했다.

경기가 열리는 6일 올림픽 무대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 것 같으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다.

"다르긴 다르겠죠. 긴장도 많이 되겠죠. 그래도 다른 느낌을 안 가지려고 합니다. 그냥 평소대로 하려고요."

목표를 묻는 말에도 메달 약속과 같은 호언장담은 없었다.

그는 "그냥 연습했던 것만큼 다 쏟아붓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이 이날 훈련한 곳은 리우올림픽 기계체조 종목이 펼쳐지는 대회 공식 경기장이다.

대표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일본, 브라질, 네덜란드 등과 함께 결전지에서 처음으로 연습했다.

그동안은 이곳이 개방이 안 돼 다른 훈련 시설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심판진들이 모의 채점을 하는 등 실제 경기와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훈련은 이어졌다.

유원철은 '공식 리허설'한 소감으로 "대회 장소야 다 비슷한 것 아닌가요"라며 "실제 대회 날도 오늘과 비슷할 것 같다. 그냥 담담하게 뛰겠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