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십, 다시 불붙은 '명품시계 전쟁'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28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약 120억원)에서 메이저대회 2연승에 도전한다. 그는 열흘 전 제145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디오픈에서 스텐손과 치열한 샷 대결 끝에 3타 차 준우승을 한 필 미켈슨(미국)도 PGA챔피언십에 참가한다. 다시 한 번 두 40대 베테랑 선수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샷 대결을 펼칠지 기대된다. 이들을 후원하는 오데마피게, 롤렉스, 리차드밀 등 최고급 시계 브랜드의 스포츠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PGA챔피언십, 다시 불붙은 '명품시계 전쟁'
◆스텐손은 오데마피게 홍보대사

스텐손과 미켈슨은 디오픈 최종 4라운드가 열린 지난 18일 하루 동안 총 14개의 버디와 1개의 이글을 주고받는 버디 난타전을 펼쳤다. 이날 스텐손과 미켈슨의 대결이 집중적으로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그들을 후원하는 시계 브랜드도 골프 팬의 눈길을 끌었다. 스텐손은 스위스 최고급 시계 브랜드인 오데마피게의 홍보대사다. 스텐손의 상의에는 오데마피게의 이니셜인 ‘AP’가 적혀 있었다. 스텐손에 앞서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대니 윌렛(영국)도 오데마피게 홍보대사다. 그는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인 조던 스피스를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오데마피게는 지금까지 열린 3개 메이저대회 중 2개에서 후원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려 올 시즌 가장 알찬 홍보효과를 얻었다.

1988년 닉 팔도(영국)를 시작으로 골프 스포츠마케팅에 나선 오데마피게는 시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13명의 골프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남자골프의 기대주 안병훈(25·CJ)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루키’로 선정됐다. 오데마피게의 대표 모델인 ‘로열오크’의 가격은 개당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데이, 미켈슨…롤렉스의 남자들

디오픈에서 롤렉스도 오데마피게 못지않은 홍보효과를 거뒀다. 미켈슨이 스텐손과 명승부를 펼칠 당시 왼쪽 손목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골퍼들은 경기할 때 시계를 착용하지 않는다. 드라이버샷이나 퍼팅을 할 때 시계가 균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켈슨은 ‘필드 위의 신사’라는 별명답게 매 경기 시계를 차고 나온다. 그는 올해 46세지만 여전히 전성기에 버금가는 실력을 과시하며 젊은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PGA투어의 공식 타임키퍼인 롤렉스는 미켈슨 외에 다른 톱 골퍼도 여럿 후원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3위 조던 스피스(미국), 7위 리키 파울러(미국) 등이다. 데이는 PGA챔피언십의 디펜딩 챔피언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지도 관심거리다.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세계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오메가의 홍보대사다. 오메가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이기도 하다.

◆10억원짜리 시계 차는 버바 왓슨

세계랭킹 6위 버바 왓슨(미국)은 PGA투어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차고 경기를 하는 골퍼다. 시계 브랜드명은 프랑스의 리차드밀이다. 왓슨은 이 브랜드의 9억6500만원짜리 ‘RM38-01 G-센서’ 시계를 차고 경기를 한다. G-센서는 스윙 시 중력가속도(G)를 측정하는 기능이다. 왓슨은 PGA투어에서 유명한 장타왕이다. 리차드밀은 왓슨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하고 시계의 내구성도 강조하고 있다.

왓슨은 PGA챔피언십에 이어 리우올림픽에도 참가한다. 그는 마스터스를 두 차례(2012·2014년) 제패하는 등 PGA투어 통산 9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남자골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출전 선수 60명 가운데 세계랭킹이 두 번째로 높다. 첫 번째는 5위인 스텐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