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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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가 유럽 축구판을 흔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영국 맨체스터 시티와 이탈리아 인터밀란 등 여러 유럽 축구클럽 쇼핑에 나선 데 이어 유럽 최대 축구리그 설립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국가 차원에서 축구 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며 ‘축구 굴기(起)’를 본격화하고, 이를 위해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완다그룹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대항마 역할을 할 새로운 축구리그를 설립하기 위해 각 구단과 접촉 중이다. 완다그룹은 32개 팀이 참여하고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더 큰 규모의 토너먼트를 기획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참가 팀이 32개보다는 많지만 64개를 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5개국 리그별로 6개 팀의 토너먼트 출전권을 보장해주는 등 참가 기회를 늘린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UEFA 랭킹에 따라 출전권을 차등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1~3위 국가 리그는 네 장씩, 4~6위 국가는 세 장씩 준다. 이 때문에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많은 명문 구단이 탈락했다. 새 대회에선 이런 팀들도 기회를 얻게 된다.

완다그룹은 축구팀뿐만 아니라 방송사에도 기존보다 30~35%의 매출 증대를 약속하는 등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FT는 “완다그룹이 유럽 최대 리그 창설을 통해 세계적인 레저·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분석했다.
완다그룹, 챔스리그 넘는 유럽 최대 축구 리그 만든다
왕젠린 회장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영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스페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구단 지분 20%를 4500만유로(약 576억원)에 인수했다. 올해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후원 계약도 맺었다.

완다그룹 외에 작년 말 중국 완구 제작업체인 라스타그룹이 스페인 에스파뇰 구단의 지분 56%를 사들였다.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이 이끄는 중국 투자 컨소시엄도 비슷한 시기에 영국 맨체스터 시티 모회사 지분 13%를 인수했다. 올해에는 샤젠퉁 루이캉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영국 애스턴빌라 구단주가 됐다. 중국 최대 가전 유통회사인 쑤닝그룹은 지난달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인터밀란의 지분 70%를 2억7000만유로(약 3456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기업이 유럽 축구 영토 넓히기에 나선 것은 중국인들이 유럽 축구를 가장 좋아하고, 기업의 글로벌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2월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축구 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축구학교 2만개를 설립해 축구선수 10만명을 양성할 방침이다. 또 10년 안에 전용경기장 수백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전 세계 유명 선수와 감독 등을 자국 리그에 영입하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축구 굴기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0.6%인 스포츠산업을 2025년까지 1%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열성 ‘추미(球迷·축구광)’다. “중국이 월드컵에 출전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나의 세 가지 소원”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을 정도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