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IMF때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세리, 아쉬움에 눈물 훔치기도


"어? 언니, 식사하러 오셨어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건 힐의 한 한국 식당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 출전한 최나연(29·SK텔레콤), 이일희(28·볼빅), 안선주(29) 등은 식사 도중 일제히 일어났다.

이날 US여자오픈 2라운드를 마치고 미국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식당에 온 것이다.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 컷 탈락한 뒤 특별한 행사를 잡지 않고 조용히 미국 올랜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세리는 식당에서 뜻하지 않게 후배들과 만나 은퇴 만찬을 하게 됐다.

9일 2라운드를 마친 뒤 그린에서 눈물을 흘렸던 박세리는 저녁 자리에서도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가끔 눈물을 훔쳤다고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 마케팅 관계자가 전했다.

박세리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숙소에 들어와서도 "다음 대회 장소로 가기 위해 짐을 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부터는 대회를 뛰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워터 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며 우승을 차지했고, 이 모습은 경제 위기에 신음하던 한국 국민에 큰 힘을 줬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5승을 올리며 2007년에는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25승은 아직 후배들도 깨지 못한 한국인 최다승 기록이다.

현재 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하는 선수들은 거의 모두 박세리의 우승 모습을 보며 골프 선수가 됐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LPGA 투어 6차례 연장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1998년 LPGA 투어 신인상, 2003년 최저타수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박세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미국)에 비교하기도 했다.

박세리는 10일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올랜도의 집으로 떠났다.

미국 생활을 모두 정리하는 박세리는 20일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박세리의 올해 남은 공식 일정은 9월 열리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과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다.

특히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박세리를 필드에서 보는 마지막 대회가 될 전망이다.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박세리가 대회에 직접 출전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박세리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샌마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