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혐의 신빙성 판단 후 소환 조사할 듯

강정호(29ㆍ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성폭행 혐의로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진행될 사법절차와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미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정호는 지난달 18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 후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에 있는 숙소인 웨스틴 호텔로 한 여성(23)을 불러 술을 먹인 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호텔에서 강정호가 술을 권했고, 15∼20분 정도 정신을 잃은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사건 발생 이틀 후 호텔 인근 병원을 찾아 성폭행 피해 증거 채취를 위한 검사를 받았고, 열흘 후 경찰에 신고했다.

시카고 경찰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한 문제(very serious matter)'로 보고 강정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메이저리그 사무국 등이 확인했다.

다만 강정호가 함구하는 가운데 경찰이 그를 불러 직접 조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카고 경찰이 강정호 사건을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는 만큼 앞으로 필요한 수단과 절차를 동원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미 법조계 인사들은 전했다.

우선 일차적으로 강정호와 피해 신고 여성에 대한 조사가 각각 진행될 전망이다.

미 사법절차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찰은 일단 고소 내용을 살펴보고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강정호와 주변을 탐문 수사해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정호 기소 여부는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성폭행은 중범죄(felony)로 분류되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경과상황이나 내용을 변호사에게조차도 철저히 함구한다.

또한 경범죄(misdemeanor)는 경찰이 자체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만, 중범죄의 경우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검찰에 의견서를 첨부해 사건을 송치하며, 기소 판단은 검찰에서 하게 된다.

강정호 사건의 경찰 수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는 수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만약 강정호가 혐의 내용을 시인한다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혐의를 부인한다면 그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미국 경찰의 수사가 한국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통설이다.

특히 강정호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데는 피해 신고 여성의 진술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한 법조인은 "미국 사법당국이 기소·불기소 결정을 할 때 고려하는 최대기준은 고소인 진술의 합리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이 사건 발생 이틀 후 병원에서 성폭행 피해 증거 채취를 위한 검사를 받고, 경찰에 제출한 만큼 얼마나 증거력을 인정받느냐가 수사의 향방과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검찰에서 강정호를 중범죄인 성폭행 혐의로 기소한다면, 일단 담당 판사가 주관하는 예심(preliminary hearing)을 거치게 된다.

검사와 변호사뿐 아니라 고소·피고소인, 증인 등 관련자들이 입회한 예심에서 판사는 여러 진술을 청취한 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소송을 기각(dismiss)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재판(trial)에 들어가게 된다.

미 법조계 관계자는 "기소 여부와 형량 등은 성폭행 사건별로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일리노이 주법상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면 죄질에 따라 재판에서 최소 4년에서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일리노이 주는 법에서 ▲성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으로 위협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성관계 동의 능력 결핍을 알았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이고, 피해자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일 때 ▲17세 이상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뢰를 받는 지위에 있고, 피해자가 13∼18세 미성년자일 때 벌어진 성적 학대 상황을 성폭행으로 규정했다.

초범으로 '클래스 1 중범죄' 평결을 받으면 성폭행 가해자는 징역 4∼15년, 재범 이상으로 '클래스 X 중범죄' 평결을 받으면 징역 30∼60년 또는 종신형까지도 언도받을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