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 8m22 한국신…2016년 랭킹 공동 11위

김덕현(31·광주광역시청)이 내딛는 걸음은, 한국육상 도약 종목의 역사가 된다.

그는 이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김덕현은 한국육상 사상 최초로 멀리뛰기·세단뛰기에서 동시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 김덕현은 조심스럽게 한국육상 트랙·필드 종목 최초 올림픽 메달까지 꿈꾼다.

불운을 털어내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일찌감치 세단뛰기 올림픽 기준 기록(16m85)을 넘어선 김덕현은 유독 멀리뛰기에서 운이 따르지 않아 무척 답답해했다.
김덕현 / 연합뉴스 DB
김덕현 / 연합뉴스 DB
김덕현은 5월 1일 경상북도 문경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 멀리뛰기에서 8m23을 뛰었다.

올림픽 기준 기록 8m15를 훌쩍 뛰어넘은 좋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뒷바람이 초속 2.9m로 불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육상은 초속 2m 이하로 불 때 달성한 기록만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김덕현은 답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해외전지훈련을 하며 약점으로 꼽히던 도움닫기 능력을 향상한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더 큰 꿈도 꿀 수 있는데…"라고 하소연했다.

6월 11일, 김덕현은 환호했다.

더 큰 꿈을 꿀 기회를 얻었다.

김덕현은 이날 오스트리아 리트임인크라이스에서 열린 메스 라이드 라 미팅 2016 남자 멀리뛰기 결승에서 8m22를 뛰었다.

2009년 자신이 기록한 종전 한국기록 8m20을 뛰어넘은 한국 신기록이다.

김덕현은 이날 1차 시기에서 8m20을 뛰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고 6차 시기에서 8m22에 성공해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단숨에 2016시즌 세계 육상 남자 멀리뛰기 랭킹 공동 11위로 뛰어올랐다.

올림픽에서도 당일 운이 따른다면 상위권 진출도 가능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멀리뛰기 1위가 8m31, 2위가 8m16을 뛰었다"며 "리우올림픽에서 김덕현이 이 기록을 낸다면 결선 진출을 넘어 메달 획득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덕현은 10년 넘게 유지한 도움닫기 자세에 변화를 주며 멀리뛰기 기록 향상을 이끌었다.

자신감도 크게 자랐다.

그는 "세단뛰기는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멀리뛰기는 그 이상을 꿈꾼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덕현은 "가능성이 있으니까 도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세단뛰기에 더 집중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덕현은 늦깎이다.

광주체고 1학년 때 엘리트 육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단숨에 한국 도약 종목 일인자로 올라섰고 세계육상선수권(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5년 베이징)과 올림픽(2012년 런던) 등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김덕현은 리우올림픽을 '마지막 메이저대회'로 꼽았다.

도약 종목의 기본인 도움닫기 자세에 변화를 주는 모험을 택한 것도 '마지막'이란 절실함 때문이었다.

올림픽 한국 멀리뛰기 역대 최고 성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김종일이 기록한 8위다.

김덕현은 그 이상을 꿈꾸며 도약을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