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차갑고, 다른 한쪽은 뜨겁다. 차가운 쪽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골프 출전 티켓 경쟁이다. 이미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상위랭커 12명이 불참을 선언했다. ‘식을 대로 식은’ 남자골프 종목은 반쪽짜리 축제가 될 공산이 크다. 반면 여자골프는 더 달아오를 기세다. 세계 최강 ‘K골프’의 올림픽 출전 티켓 경쟁이 특히 그렇다. 지카바이러스 공포도, 치안 부재 위험도 ‘올림피언의 꿈’ 앞에선 무기력한 모양새다.
두 장 남은 리우행 티켓…"US오픈 트로피가 필요해"
◆“남은 티켓 2장 잡아라”

올림픽 출전을 위한 세계랭킹은 US여자오픈이 끝나는 직후인 오는 11일 결정된다. 30일 현재 기준으로 리우행이 가능한 선수는 박인비(28·KB금융그룹)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양희영(27·PNS)이다.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 등을 이유로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세영 전인지는 사실상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다. 김세영이 랭킹 포인트 6.96점, 전인지가 6.14점으로 모두 6점대에 진입하면서 한국에 할당된 네 명, 즉 ‘빅4’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은 2장엔 변수가 있다. 양희영(27·PNS)과 장하나가 박인비를 제외한 빅4 중 티켓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K골퍼 가운데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과 이보미(28·혼마골프) 등 쟁쟁한 동료들과의 점수 차가 0.39~1.79점이다. ‘뒤집기 사정권’에 있는 셈이다.

‘살얼음 순위’를 막판까지 지켜내야 하는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양희영은 “부모님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겠다”며 올림픽 티켓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양희영의 아버지 양준모 씨는 카누 국가대표 출신이다. 어머니 장선희 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 동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장하나는 “올림픽을 굳이 목표로 하진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불참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경쟁 구도를 뒤흔들 여전한 변수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22일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대회 출전에 앞서 “자연스럽게 자격을 갖추게 되면 올림픽을 피하진 않겠다”고 말해 출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US여자오픈, 반전 드라마 될까

반전 드라마가 필요한 이는 유소연 이보미 박성현(23·넵스) 김효주(21·롯데)다. 이들이 뒤집기를 노리는 무대는 US여자오픈이다. 메이저대회에는 우승포인트 1.7~1.8점 안팎이 걸린다. 0.8~0.9점인 일반 대회의 두 배에 달한다.

실낱같은 희망을 쥔 김효주가 우승하면 빅4로 올라설 수 있는 점수다. 김효주가 1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금호타이어여자오픈 출전을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효주는 “US여자오픈 우승만이 불씨를 살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보미와 박성현에게도 US여자오픈이 리우행 꿈을 현실로 바꿀 ‘마지막 급행열차’다. 이보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바란 게 올림픽 출전이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다걸기’를 하겠다는 각오다.

박성현에게도 US여자오픈은 두 개의 꿈을 동시에 이룰 기회다.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전인지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진출과 올림픽 티켓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어서다. 그는 KLPGA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US여자오픈 초청장을 받았다. 그는 “욕심내지 않겠지만 기회가 오면 놓치진 않겠다”고 말해 치열한 티켓 경쟁에 가세할 뜻을 내비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