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우승을 날렸다.

첫 번째 키카로 나선 메시는 공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며 팀이 2-4로 패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승부차기는 골대와 불과 11m 지점에서 공을 놓는다.

그리고 가로 7.32m, 세로 2.44m 크기의 골문 앞에서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다.

수비벽이 앞에 버티는 프리킥에서도 쏙쏙 골을 집어넣는 메시이지만, 승부차기라는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압박감을 떨치지 못했다.

승부차기 실축은 메시에게만 있는 '불운'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이 이 승부차기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줄줄이 눈물을 흘렸다.

가장 유명한 스타는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만난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로베트로 바조다.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바조는 미국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대 위를 훌쩍 넘기는 '홈런'으로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바조는 이때를 '축구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회상하면서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시 승부차기를 꼽고 싶다"라고 진저리를 치기도 했다.

프랑스 축구 영웅 미셸 플라니티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실축했다.

그는 브라질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프랑스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면서 역적 신세는 면했다.

'하얀 펠레'로 불리며 80년대 남미 축구를 주름잡던 지코도 이 경기 승부차기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지코는 앞서 1-1로 맞선 후반 30분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한 데 이어 승부차기도 넣지 못하고 우승을 헌납하면서 비난을 샀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마라도나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8강전 유고슬라비아와 승부차기에서 골문 중앙으로 약하게 차면서 공을 골키퍼의 두 손에 안겨줬다.

다행히도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기면서 비판은 면했다.

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2011~201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 2차전에서 실축을 했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골대 왼쪽 구석으로 찬 슛이 상대 골키퍼에 걸려 패배를 자초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3으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은 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포르투갈과 준준결승전에서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는 어이없는 실수로 팀에 패배를 안겨 4강 좌절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승부차기는 축구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킥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그야말로 역적이 되고 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