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우승 향해 쏜다…'비밀병기' 든 챔프들
“노란색을 진짜 좋아한다더니 드라이버도 노란색이네!”

23일 개막한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 대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출전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장비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였다. 챔프들은 어떤 클럽을 쓰는지가 주말 골퍼가 대부분인 이들의 관심사였다. 프로선수들은 대개 승부를 가를 비밀병기 한두 개쯤을 갖고 있어서다.

‘알바트로스걸’ 장하나(24·비씨카드)와 ‘남달라’ 박성현(23·넵스)의 공통점은 장타자답게 낮은 로프트각의 드라이버를 쓴다는 것이다. 장하나가 8도, 박성현이 9도다. 아마추어 남자 고수와 웬만한 남자 프로들이 쓰는 로프트각에 맞먹는다. 이들이 낮은 로프트각을 선택한 이유는 약간씩 다르다. 박성현은 장타와 방향성을 두루 잡기 위해 쓴다. 로프트각이 낮을수록 탄도는 낮아지지만 공은 잘 구른다. 공이 지나치게 높이 떠 러프나 해저드로 달아나는 것을 막자는 게 박성현이 9도를 선택한 배경이다.

박성현은 컨디션에 따라 2개의 드라이버를 골라서 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평소 쓰는 드라이버를 그대로 쓴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1인치(2.54㎝) 짧은 드라이버를 쓴다. 무게가 0.3g 정도 가볍지만 약간 강한 클럽이다. 그는 “샷감이 안 좋으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짧은 클럽으로 컨트롤샷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롱아이언을 잘 다루는 것도 그의 특기다. 다른 여자 프로와 달리 골프백에 3번이나 4번 아이언을 자주 넣고 다닌다. 링크스 코스처럼 바람이 강한 곳에서 낮은 탄도의 티샷을 치기 위해서다. 아이언 티샷은 드라이버 티샷보다 페어웨이를 지킬 확률이 높다. 그는 3번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230야드 안팎을 날린다.

장하나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를 노란색으로 바꿔 ‘심기일전’을 노리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노란색은 그에게 ‘승리와 행운’의 색이다. 혼마 본사에서도 피팅 요원을 파견해 그립까지 특별히 교체해줬다.

안시현은 하이브리드와 우드의 달인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비거리가 줄다 보니 롱아이언을 클럽에서 빼고 4번(20)도), 5번(23도) 하이브리드를 넣었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억센 코스에서 자주 빼 들어 요긴하게 쓴다.

이정민(24·비씨카드)은 지난주부터 퍼터를 바꿨다. L자형 블레이드 타입 퍼터를 덩치가 큰 말렛형 퍼터로 교체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쓰는 제품과 똑같은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퍼터다. 그는 “퍼팅이 너무 안 돼 모험을 걸어봤다. 샷은 잘 안 돼도 퍼팅 스트로크는 훨씬 좋아진 느낌”이라고 만족해 했다.

최근 우승 경쟁에 자주 가세하는 ‘차세대 챔프’들은 자신만의 웨지 하나를 더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교한 어프로치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김소이(22·동아회원권)는 46도, 50도, 56도 웨지 외에 44도짜리를 하나 더 챙긴다. 2도 단위로 웨지를 쓰는 선수도 있다. 김혜선(19·골든블루)은 46도 피칭웨지와 50도 웨지 사이에 48도를 더 넣었다. 그는 “100야드를 5야드 단위로 정교하게 공략하기 위해 쓰는 나만의 히든카드”라고 말했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